손가락 강도/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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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12 00:00
입력 1998-09-12 00:00
형법학상 지울수 없는 명저로 알려진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에 보면 봉건적 형벌제도의 비인도성을 통렬히 비판하고 사형과 고문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개인의 안전을 침해하는 범죄야말로 법률이 정한 가장 무서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쓰고 있다. 개인의 안전을 침해하는 범죄 중에서도 ‘사람의 신체를 해하는 범죄는 어김없이 체형(體刑)으로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만약 개를 죽인 사람, 사람을 죽인 사람, 중요문서를 위조한 사람에게 동일하게 사형을 적용한다면 사람들은 큰 범죄를 저지르고 도 가혹한 형벌을 예상하지 않게 되고 아주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으로 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죄질에 따라 형량의 무게는 차등을 이루고 있다.

10살 어린이 손가락 절단사건은 연약하고 티없는 동심을 범죄의 희생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 악랄성과 야비성에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위협하고 현금 20만원을 털고도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자른 행위는 몸서리쳐지는 살인적 범죄다. 어린이의 충격을 한번 생각해보자.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하지만 손가락을 구부릴 수가 없어 이를 볼때마다 끔찍했던 순간을 평생 떠올리게 될것이다. 꿈과 희망에 부풀어야 할 동심이 무서운 상처와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폭력을 당한 경험은 인간에 대한 공포증, 혐오증으로 확대되어 정신적인 후유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게 마련이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범죄는 닥치는대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걸핏하면 남의 귀를 물고 늘어지거나 손가락을 잘라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깡패 폭력영화는 얼마든지 있어왔다. 스타킹이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은행을 터는 장면은 TV 범죄재연 프로등에서 예사롭게 비쳐진다. ‘돈이면 다’라는 황금만능주의에 눈이 어두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악랄성을 느끼지 못한 채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 큰죄가 아니라고 뻔뻔스레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를 볼모로 한 이런 악독한범죄는 끝까지 범인을 추적,체포해서 아동범죄 가중처벌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 사람의 신체를 해하는 범죄가 얼마나 무섭고 극악한가를 일깨우기 위해서라면 범인들이 한 일을 그대로 그들에게 적용하는 ‘눈에는 눈’식의 형벌도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것 같다.
1998-09-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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