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처지야 어떻든 “나만 좋으면…”(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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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8-24 00:00
입력 1998-08-24 00:00
독선기신(獨善其身)이란 말이<맹자>(盡心上)에 나온다. 남이야 어찌되든 자기만 잘 되면(좋으면)그만이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입으로야 그런 처신을 나무라며 삐죽거리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그렇게들 살고있다.

통곡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않은 이번수재만 놓고봐도 그렇다. 한편에서는 만경된 눈길로 피해복구에 땀흘리는데도 뻔히 보이는 곳에서 볼썽사납게 노라리판을 벌이는 축도 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위험수위 바라보며 애를 태우는 데도 그물던져 고기잡는 사람도 있었고. 대청호등에 떠밀려 쌓인 엄청난 쓰레기도 “나만 좋으면…”하고 버린 양심의 찌꺼기에 다름이 아니다. 미추룸하게 차린 어떤높은 양반의 현장답사라는 것도 생각하자면 그 맥락이다. 빗속에서 그가 차를 내리자 누군가 우산을 받쳐주었다. 차라리 가지말든지 갔으면 건성으로라도 벗어붙이고 삽질 한번이라도 해야하는것 아니었을지.

내가 당하지 않은 재난은 역시 ‘남의일’일뿐이다. 그래서 불난 곳에 불구경 나가고 교통사고가 났다하면 구경하는 차때문에 길이 막히곤 한다. 당(唐)나라말기 黃巢의 난때 정부군의 한 장수가 계속 추격하면 난을 평정할수 있는데도 일부러 그 기회를 피하는 까닭 또한 그것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나라가 위급할때는 장병을 사랑하지만 태평세월이 오면 버림받고 죄도 받는다. 그러니까 전쟁이 끝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나라야 어찌되든…”하는 무서운 이기주의. 曹松이란 시인은 그를 한탄하는 ‘기해세’(己亥歲)라는 시를 남겨놓고 있다.

우리사회의 숱한 무질서도 이 “나만 좋으면…”으로 요약된다. 공중전화 붙들면 뒷사람 생각않고 초등학교적 얘기까지 지껄여대며 담배꽁초·휴지쯤 아무데나 버리는 짓이 그것이다.또 지하철의 노약자 자리를 차지한 젊은이는 노약자가 앞에 서 있는데도 의젓하게 앉아있지 않던가. 옛날 성균관의 유모( 柳某)라는 유생이 잔칫집 쫓아다니며 게걸거리는 걸 보면서 누군가 뉘엿거려지는 마음에 ‘얻어먹는 방법’을 묻자 답변은 “염치가 없어야해!”였다던가(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나만 좋으면…”은 그렇게 염치잃은 소치라 해야겠다.

이를 어찌 우리모두의 마음이라고 싸잡을 수야 있겠는가. 경제난국 속에서도 언론기관등으로 밀려드는 수재민돕기성금. 이 다스운 마음들이 우리사회를 밑받친다. 물길만 잘잡으면 “너도 좋아야…” 사회로 가는 것이리라.<칼럼니스트>
1998-08-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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