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는 클린턴의 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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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8-15 00:00
입력 1998-08-15 00:00
힐러리 여사가 또 빌 클린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클린턴이 갖가지 추문에 연루돼 궁지에 몰릴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피터팬이 되곤 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루윈스키의 성추문과 관련,17일 비디오 증언으로 위기에 몰리자 또 모습을 드러냈다.
들고 나온 무기는 엉뚱하게도 지역감정. 클린턴 대통령의 출신지인 아칸소주의 한지역 신문과의 회견에서 “특별검사나 성추문 수사는 아칸소주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시골뜨기 출신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 중앙 정가의 노골적인 견제라고 몰아 세웠다.
극약 처방적인 발언이다. 가문이나 학벌 출신지 따위보다는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특유의 정서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이 바로 미국 정서를 거스르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쟁점을 다투기보다 변죽을 표적삼아 일전을 벼르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예전과 달리 막다른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성추문의 상대가 성관계를 시인한 것은 물론 물증까지 제시했다. 더구나 수사의 초점이 위증여부에 맞춰져 있다. 바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힐러리가 맨처음 ‘남편 살리기’에 나선 것은 92년 첫번째 대통령 선거때였다. 플라워즈라는 여성과 성추문이 번지자 지고지순한 부부사랑론을 내세워 여론을 잠재워 버렸다.
힐러리의 솜씨가 빛났던 것은 지난 1월. 르윈스키와 성추문이 불거지자 이번에는 색깔론으로 맞섰다.“클린턴을 짓밟으려는 광범위한 우익세력들의 공모”고 추문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계산은 정확하게 표적을 맞췄다.
세번째 화살도 과녁을 꿰뚫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사안이 예전과 달리 어렵지만 대신 힐러리는 요즘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이후 최고의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정 불화설 등 갖가지 소문에 시달리면서도 미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는 힐러리의 솜씨가 주목된다.<孫靜淑 기자 jssohn@seoul.co.kr>
1998-08-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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