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방송/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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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8-11 00:00
입력 1998-08-11 00:00
일본의 고베지진이나 미국 오클라호마 폭발사건에서 보았듯이 외국의 전파매체들은 신속하고도 지속적인 현장중심 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재난극복에 나설수 있도록 국민화합을 이끌어낸다. 서울·경기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진 최근의 우리 방송도 방송매체만의 헌신적인 역할수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감을 샀다. K2TV를 제외한 3사가 정규방송을 중단한채 수해특별방송으로 범람위기의 하천등 주요 포스트에 취재기자와 중계차를 투입,피해상황과 수위변화등 피해지역 주민들과 구급활동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마치 스포츠 실황중계나 하듯이 흥미를 유발시키는 종래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재난을 당한 자의 슬픔과 아픔을 절감케 하는 성숙한 자세였다.수해현장을 취재하던 취재팀이 촬영에만 급급하지 않고 급류에 휩쓸려 가는 주민을 구출한 것도 전에는 볼수 없던 광경이다. 참상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돕는 성금방송으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게 한 것도 기민한 대처다.

전파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은 현장을 있는 그대로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재난을 시청자로 하여금 몸소 실감케 하는 점이다. 바로 2년전 경기·강원지역을 강타한 수마로 수많은 재산피해를 냈을 때는 방송이 이를 외면하고 올림픽중계에만 매달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방송이 천재지변을 외면한다면 공기능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이번 수해특보를 두고 대한민국엔 ‘서울과 경기만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물난리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 지역이 집중 보도된 미흡감은 원망할 만도 하다.

영국의 지그타와 BBC시청자연구소에 따르면 시청자는 어떤 위기상황에서 매체로부터 ‘정보와 해석’을 얻기를 원한다. ‘많은 양의 가공되지 않은 뉴스’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거나 혹은 ‘걱정과 무관심을 극복하여 정상적인 활동으로 유도된다’는 것이다.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TV가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국민화합의 에너지를 일치단결로 이끌어내는 것은 TV만의 위력이다. 그리고 TV는 우리생활의 일부로서 기쁨과 슬픔,모든 위급한 상황을 함께하면서 언제나 선두에 서는 일상적 실재라는 생각이다.
1998-08-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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