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鄭信模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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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30 00:00
입력 1998-07-30 00:00
수천년 동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농경사회에서 살았으면서도 언제나 먹을 것이 모자랐던 까닭에 이런 속담들이 나온 것이 아닐까. 우리 나라가 먹는 걱정에서 벗어난 것은 기껏해야 20여년 정도. 그 전에는 해마다 봄철이면 춘궁기(春窮期),보릿고개,절량(絶糧)농가라는 말이 연례행사처럼 신문 지면을 장식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음식문화에서는 질보다 양을 중시했던 것 같다. 이는 지금까지 미풍양속처럼 이어져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야 훌륭한 대접이 되는 풍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진수성찬(珍羞盛饌)과 산해진미(山海珍味)처럼 제법 어려운 단어도 중학생쯤 되면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선호도 역시 컸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먹는 걱정이 사라진 요즘은 음식을 너무 헤프게 여기는 풍조가 역력하다. 과거를 너무 빨리 잊어버렸거나 천박한 졸부(猝富)근성 탓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필요한 식량의 70%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연간 음식물에 쓰는 비용은 22조원이고 이 중 약 8조원은 쓰레기로 사라진다. 서울신문은 이런 낭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50% 줄이기 운동을 펴오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아직도 더 줄일 여지는 많다.
서울시는 지난 해 대규모 식품접객업소,백화점,집단급식소 등 1만여개를 감량의무 사업장으로 정해 음식쓰레기를 자체 또는 전문업체에 위탁해 비료나 사료로 처리토록 한 이후 23%의 감량성과를 거뒀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감량의무를 지키는 않는 업체도 아직 25%나 된다고 한다.
서울시는 오는 8월 하순부터 각 구청별 조례에 따라 감량의무를 지키지 않는 업소에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계획이다. 쌀 한 톨,밥알 하나를 귀중하고알뜰하게 여기던 선조들이 이런 일을 법으로 강제하는 후손들을 본다면 무어라고 하실까. 더구나 산더미 같은 외채를 짊어지고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서.
1998-07-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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