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이 끝난 한·러외무회담 안팎/“러 對한반도 전략수정”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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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27 00:00
입력 1998-07-27 00:00
【마닐라=徐晶娥 특파원】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측은 26일 마닐라 한·러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외교관추방사태를 봉합하려 했으나 수습방안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한채 실패로 끝났다.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은 사진기자들을 위해 프리마코프 러외무장관에게 “웃자”고 말하는 등 그동안의 갈등을 풀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반응은 냉담했다. 회담이 시작되자 프리마코프 장관은 외교관 추방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치중해 실무협의과정에서 사전에 준비한 의제들은 논의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외무회담이 양국 전반적 관계의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볼 때 러시아측이 회담에서 보여준 태도는 현 상황에서 관계회복에 큰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추방사건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趙成禹 참사관 사건이 대(對)한반도전략 수정의 일환으로 나온 조치라는 해석이다.
최근 러시아내에서 제기되는 남북한 등거리외교로 전향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 90년 한국과 수교한 뒤 한국과의 관계유지를 통해 어느 정도 실리를 얻어냈으나 한국의 대외관계에서 번번히 소외당한데다가 더이상 얻어낼 만한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외무부가 趙참사관 사건을 계기로 정보당국과 갈등을 벌인데다 모이세예프 아주국 부국장이 기소되는 등 손상을 입어 정보당국을 향한 시위로 한국과의 회담에서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金大中 대통령의 러시아방문 등 정상회담에 합의,외교관 추방사건을 일단락짓기로 양국이 입장조율을 했다고 성급하게 밝히는 등 러시아 정보에 어두운 면을 보여줬다. 러시아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발생 초기부터 보여준 정부의 근시안적 외교대응,외교통상부와 정보당국간 불협화음 등도 이번 회담결렬로 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1998-07-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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