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지만은 않은 17년만의 총경 배출/경찰대 출신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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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21 00:00
입력 1998-07-21 00:00
◎“지휘관시대” 이목집중에 곱지않은 시선/경험 앞세운 비경찰대출신과 알력 여전/일부 의원들의 폐교론 ‘몸조심’ 부채질

“제발 그냥 좀 놔두세요.조용히 맡은 일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특별한 집단인 것처럼 생각합니까”

국립 경찰대학 1기 졸업생인 K경정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향후 위상에 대한 질문에 예상 외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언론에 부각돼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일을 못한다고 해도 싫지만 잘한다는 말도 반갑지 않습니다”

지난 1일 尹在玉씨(37·1기)가 경찰대 졸업생으로서 처음으로 ‘경찰의 꽃’인 총경에 오른 이후 경찰대 출신 간부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개교 17년만에 지휘관 시대가 열린데 대해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2기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한 간부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만큼 지금 우리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새로운 전환점 앞에서 이처럼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속사정은 비(非)경찰대 출신과의 알력이 계속되는 탓이다.시기가 시기인만큼 자칫 ‘우쭐’대다 내홍(內訌)을 겪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현재 경찰대 출신 간부는 1,502명.尹총경 외에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이 146명,계장급인 경감 373명,반장·파출소장급인 경위 982명이다.

1기생이 첫 경위 계급장을 단 이후 경찰내부에서는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한 이들 신세대와 경험과 융통성을 내세우는 기성세대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이어져 왔다.‘상명하복(上命下服)’을 생명으로 삼는 경찰 조직 속에서 나이 어린 상급자와 연령이 많은 하급자가 부딪히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1기생 때 220대 1을 기록한 이후 매년 2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입학해 ‘수재’로서의 자부심도 강했다.

이 때문에 경찰대 출신들이 ‘수사권 독립’을 외치고 96년 경찰 중립과 내부 개혁을 요구했을 때 내부에서 조차 ‘엘리트의 튀는 행동’쯤으로 치부했었다.

이런 배경 탓인지 尹총경은 취임 때 “젊은 나이인만큼 절제있는 자세와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계급에 얽매이지 않는 지휘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 사이에 제기되고 있는 경찰대 폐지론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몸 조심’을 부채질하고 있다.당초 2명 이상으로 예상되던 경찰대 출신의 총경 승진자가 尹총경 1명에 그친 사실이 폐지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경찰대 2기생인 서울시내 한 경찰서 과장은 “경찰대가 세워진지 17년이 흐른 만큼 지휘관이 나온 것은 당연한데도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하는 3기생 경정은 “시위 진압,형사·정보 등 이루말못할 고생을 하는 데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효율적인 경찰 운영을 위해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뒤에서 딴 소리를 하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경찰청의 고위간부는 “경찰대 출신들이 치안행정의 선두에 서려면 총경 이상 간부의 숫자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철저한 능력중심 인사를 통해 잡음의 소지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金泰均 기자 windsea@seoul.co.kr>
1998-07-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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