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 차이로 판 깰수야/金兌基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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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17 00:00
입력 1998-07-17 00:00
노동계의 총파업으로 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투쟁적 노사관계는 안돼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겪어왔던 우여곡절을 보면서 현정부의 개혁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여기에는 IMF시대를 맞아 고통받는 국민들의 염원도 서려 있다.국민들은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마땅히 개혁해야 하며 그런 개혁의 사령탑으로서 노사정위원회를 바라보고 있다.국민들은 노·사 아니,모든 국민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외국자본도 노사정위원회를 주시하고 있다.그들은 한국의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해왔다.어쩌면 최근 민주노총의 파업을 보면서 그런 판단은 더 강해질 수도 있다.또 지금 당장 우리에게 시급한 외국자본 유치에 더욱 불리한 요구조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경제회생은 그만큼 더 늦어지고,실업대란의 장마도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사정이 이러하다면 노동계 스스로도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리라 본다.

○노사정위서 개혁 총괄

그러면 어디서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인가.현재 노사정위원회는 개혁의 방법론 문제로 좌초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국민들은 알고 있다.부실 금융기관을 퇴출시켜야 더 이상 국민들의 세금이 유용되지 않는다는 것을,공기업을 민영화해 그 돈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실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한 차이로 판을 깨는 것은 개혁세력간의 자중지란이다.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공기업 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획예산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에 몇 안되는 개혁 주도기관이다.개혁의 방법이 서투르다고 개혁을 총괄해야 할 입장에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자기책임을 포기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노·사·정·경제 주체의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정책방향이 결정되고 실행된다면 그만큼 정책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정책실패의 위험은낮아질 수 있다.그러나 만일 실패한다면 자신의 밥그릇을 걱정하며 팔짱을 끼고 있던 관료들이나,효율적인 정책 입안보다는 위세를 부리는데 더 익숙한 정치인들에게는 “그것봐라.개혁은 무슨 개혁이냐”는 식의 핑계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역사의식 갖고 좌표설정

사실 노사정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헌법이나 행정법 체계상 월권의 시비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어떤 의제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배려를 받고 있다.그러나 실제 권한은 노사정의 합의에 좌우된다.

따라서 노사정 지도자는 역사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사정위원회의 좌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개혁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우리나라는 총체적 개혁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모두가 조금씩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권한은 요구하면서 책임지는 것을 부담스럽게만 생각한다면 노사정위원회의 역사적 사명을 노사정 지도자가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된다.
1998-07-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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