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속에 묻혔던 ‘국군포로’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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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4 00:00
입력 1998-07-04 00:00
◎MBC 특별기획 제작진 노력 돋보여/관련부처 취재협조는 커녕 ‘발뺌’만

방송매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지난 달 25일부터 이틀간 방영된 MBC­TV의 특별기획 ‘국군포로’가 깨우쳐준 값진 교훈이 생각나서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두가지 망각에 대한 큰 각성제였다.

첫번째 망각의 주체는 일반 국민이다.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국군포로’라는 이름은 잊혀졌다.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간 그들의 의미는 세월의 켜가 쌓이면서 땅속에 묻혔다.

망각의 땅에 첫 삽을 든 것은 지난 해 12월 귀환한 양순용씨. 그는 홀로 사선을 넘어왔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이름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국군포로’들. 이를 MBC의 생방송이 집중포착,사회적 이슈로 불길을 지핀 것이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고 희미한 기억 속의 아버지를 확인하는 등 숱한 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집단 망각에서 깨어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또 하나의무책임한 주체는 정부,구체적으로는 국방부다. 연출을 맡았던 김학영 PD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프로를 위해 취재하는 가운데 확인된 국방부의 불성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 프로가 처음 공개한 포로명단들은 사실 국방부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처음엔 “확인해보겠다”고 피해가더니 다음엔 “가족에게 개별통보 하겠다”등 발뺌으로 일관했다”.

국방부의 임무가 현재의 군인에만 국한되는가. 포로가 되어 동토의 땅에 갇혀 있는 저들은 어느나라 군대의 선배군인이고 누구를 믿고 전선에 나섰던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결국 하나의 특집프로가 국방부가 지금까지 못한 혹은 타성에 젖어 할 생각도 않은 일을 해낸 셈이다.

건전한 문제의식과 치밀한 준비작업(양순용씨가 일러준 내용등을 토대로 전국의 가족들과 일일히 통화해서 확인함)이 합쳐서 일궈낸 이번 특집은 공룡매체의 장점을 마음껏 과시한 쾌거가 아닐까. 그것은 단순히 몇명의 가족이 생사를 확인했다는 숫자놀음의 차원이 아니다.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한과 한이 풀리는 장면을 보고 국방부 당국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아마 다른 각도에서 방송매체의 힘에 놀랐을 것이다.<李鍾壽 기자>
1998-07-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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