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출銀 지점장/崔弘運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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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2 00:00
입력 1998-07-02 00:00
이 회사는 이후 지난 3월31일 남아있던 40개 점포를 마지막 폐쇄하고 잔무를 정리하던 직원 3,100명을 해고함으로써 정식으로 문을 닫았다. 일본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실상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해 준 노자와 사장의 발표에서 마지막으로 문을 닫기전 4개월여 동안 1만여명의 직원들은 각자 해고될 때까지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청산작업을 차질없이수행해 찬사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리과장은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같은 운명의 또 다른 증권사 과장은 고객들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 했다. 일본에 진출한 미국 증권회사 메릴린치는 지난 4월 야마이치 출신 직원으로만 2,000명을 채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금융 빅뱅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와 너무 대조적이다. 5개 퇴출은행 직원들이 출근거부,주전산기 암호교체,주요 기밀서류 파기,고객예금으로 자신들 퇴직금 미리챙기기 등의 행동으로 고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며 인수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 금융윤리가 일그러진 우리의 현실이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쫓겨나야 하는 처지를 모든 국민들은 이해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수인계 작업은 차질없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고객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고 나아가 고용승계를 원만히 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충청은행 대전 가양동지점 朴倧德 지점장을 비롯한 직원 8명이 보여준 의연한 근무자세는 그래서 더욱돋보인다. 이들의 마음도 찢어지게 아팠지만 고객들에 대한 신뢰와 의무를 저버릴 수 없어 인수팀을 적극 도운 것이다. 朴지점장은 “우리를 믿고 거래했던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일뿐”이라고 했다. 눈물을 흘리며 인수작업을 도운 다음 날에는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도와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할일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1998-07-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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