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선정 ‘숫자 짜맞추기’
수정 1998-06-20 00:00
입력 1998-06-20 00:00
은행권이 퇴출 대상 55개 기업을 선정했으나 20%에 해당하는 11개 기업은 이미 부도를 낸 기업이어서 억지로 숫자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그런가 하면 이미 부도가 나 외국 회사와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기업도 포함돼 있어 제 값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등 졸속 처리됐다는 지적이 많다.
19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퇴출 대상 55개 기업 중 이미 부도를 낸 기업은 동아건설그룹의 동아엔지니어링,해태그룹의 해태유통·전자·제과,뉴코아그룹의 뉴타운기획 시대축산 시대유통,거평그룹의 대한중석 거평산업개발 거평종합건설 등이다.또 비계열 기업 3개 가운데 대한모방과 양영제지도 부도 기업이다.
은행권은 당초 부실기업 판정작업을 하면서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 또는 화의를 신청한 기업 등은 판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었다.부도를 내지 않고 현재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퇴출 대상을 골라 내는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회생불가 14개,판정 유보 7개 등 퇴출 대상을 최대 21개로 정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으나 5대 그룹을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받고는 34개를 추가했다.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토록 한 것이 이미 부도가 난 기업까지 대거 포함시켜 외형적으로 숫자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거평그룹 계열사인 대한중석의 경우 이미 외국에 매각키로 계약서까지 체결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퇴출 대상에 넣을 필요가 없다.해태제과도 이번에 퇴출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해외에 매각할 경우 제 값을 받는 데 오히려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설령 2·3금융권과 합의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더라도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할 지분 중 51%는 해외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제값을 받는 데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 전문가들은 “채권확보가 쉬운 기업의 경우 퇴출 대상이더라도 제외시켜 은행이 이해관계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된다”고 밝혔다.이런 상황에서 향후 빅딜등 거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부실판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吳承鎬 기자 osh@seoul.co.kr>
1998-06-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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