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 반전 재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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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16 00:00
입력 1998-06-16 00:00
아시아 금융시장에 ‘제 2의 환란(換亂)’이 몰려오는가.일본 엔화가 15일146엔대로 주저앉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큰 폭의 내림세로 돌아서 또다시 경제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지난 주말의 1만3,800루피아에서 1만4,275루피아로 곤두박질쳤다.말레이시아 링기트화도 4.0250링기트에서 4.0425링기트로 떨어졌다.태국의 바트화와 필리핀의 페소화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위안화의 평가절하 불가 방침을 고수해오던 중국 정부가 평가절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 지역에 또다시 금융위기의 폭풍이 몰아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 스탠더드지에 따르면 중국의 리란칭(李嵐淸) 상임 부총리는 이날 일본의 엔화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베이징도 크게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무역업자들은 이를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수입비용이증가할 것을 우려,수입면장의 신청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를 방문중인 둥젠화(董建華)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도 외환보유고가 962억달러나 되지만 엔화의 하락으로 통화가치를 지키는데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엔화의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한 재료가 없다는 데 있다.90년대 들어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지난 3월말 기업 결산에서 4년 만에 경상이익이 크게 줄어들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97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완전실업률 4.1%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금융기관들이 거품경제의 ‘유산’으로 70조엔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점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엔화 약세행진이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아시아 국가들에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아시아 각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돼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또다시 금융위기의 불안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따라서 현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이 엔화의 약세행진을 저지하기위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를 조속히 해결,금융시스템을 하루 빨리 안정시키고 정부가 마련한 16조엔의 경기부양 대책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기를 바랄 뿐이다.<金奎煥 기자 khkim@seoul.co.kr>
1998-06-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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