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洪博/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기자
수정 1998-06-13 00:00
입력 1998-06-13 00:00
신문기자 중에는 머리로 기사를 만들어내거나 배짱으로 엮어내는 강심장도 있다. 엊그제 타계한 洪鍾仁 박사는 취재대상이 되고있는 사건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발로 기사를 쓴것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전의 기자들이 무관의 제왕으로 지사연(志士然)할때도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꺼림없이 토로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원로 언론인인 최석채씨는 그를 향해 “홍박의 경우 신문기자를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과같은 의지와 정열의 화신”이라고 말한다.한 월간지에서‘한국의 유아독존(唯我獨尊)’이란 제목으로 특집을 했을때도 홍박은 어김없이 가장 선두그룹에 끼어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집스럽고 남과 융화가 안된다는 뜻이 아니라 ‘절의를 지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과연 홍박의 유아독존의 의지는 그로 하여금 시류따라 직업을 바꾸지 않았고 어디에서나 오로지 기자를 천직으로 알았다.최근까지도 대한민국의 모든 신문이 자기의 직장인양 거리낌없이 드나들며 후배를 질타하거나 격려하기를 잊지않았다. 이른바 그의 언론 ‘70여년’은 그때마다 영욕이 얼룩진 한국언론 반세기의 상징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유혹에도 끌리지 않도록 자기자신을 담금질해야하는 것이 기자’라고 가르쳤고 “권력과 금권이 얽히고 설킨 혼탁한 가운데서도 신문만은 바른 말을 해줘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사회의 부패를 폭로하고 냉혹한 비판을 내리는 것과 같이 자기비판과 자기의 주변을 항상 경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이제 기자란 한낱 샐러리맨이나 아닐지, 과연 기자정신의 의지와 정의감으로 제몫을 하고 있는지, 혹시 비겁과 아부로 자리보존에 급급하지나 않은지,선배의정도바른 평생기자의 모습에서 오늘의 나자신을 비쳐볼 만하다.
1998-06-13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