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두 거장/라자 베르만·라울 소사
수정 1998-06-03 00:00
입력 1998-06-03 00:00
‘삶이 괴로울때 음악을 듣는다’
어느 시인이 최근 내놓은 시집 제목이다.
굳이 이런 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음악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다.우울한 심정으로 감미로운 선율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지는 요즘,때 맞춰 내한연주를 갖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2명의 무대가 유독시선을 모은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마지막 계승자’란 평가를 듣는 라자 베르만(68)과 피아니스트로는 치명적인 오른손 불구의 핸디캡을 극복한 ‘황금의 왼손’라울 소사(59)의 리사이틀이 7일,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잇따라 펼쳐진다.각 하오 7시30분.
라자 베르만은 보통 피아노 음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저,초고음이 들어있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으로 유명한 피아노의 거장.이 곡으로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눈에 띄어 연주자로선 늦은 40대의 나이에 유럽무대에 데뷔했으며75년 베를린필과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의 성공으로 제한적이던 구소련내 음악활동을 벗어나 본격적인 해외연주를 갖게 됐다.
2년전 내한연주를 통해 무소르그스키와 리스트의 곡으로 웅장한 스케일과 서정성 짙은 연주로 거장의 풍모를 엿보게 했던 그는 이번 무대에선 슈베르트와 쇼팽으로 한국팬을 찾는다.연주곡목은 슈베르트 ‘소나타 나장조’,쇼팽 ‘발라드2번’‘폴로네이즈 내림가장조’등 우리 귀에 익은 서정적인 곡들.러시아의 정통 음악성을 녹여낸 베르만의 ‘새로운 선택’ 슈베르트와 쇼팽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설지 기대를 모은다.5435331.
두손으로도 건반위에 제대로 옮기기 힘든 악보를 한손으로,그것도 왼손만으로 현란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라울 소사.캐나다 몬트리올 음악원교수,세인트 레너드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아 연주자와 교육자,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음악적 감동과 함께 인간승리의 또 다른 훈훈함을 안겨주는 무대를 꾸민다.
쇼팽,히브릭 소사이어티 콩쿠르 등에서 입상,국제적명성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소사는 79년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 기능을 잃어버렸다.그러나 피아니스트에겐 음악인생을 마감해야 할만큼 절대절명의 이 위기를 한손만을 사용하는 놀라운 기교로 극복,이전 못지않은 높은 명성을 얻었다.신체적 장애를 딛고 이뤄낸 그의 오늘은 따라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곳곳을 누비며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선사해온 그의 첫 내한공연 연주곡은 막스 레거의 ‘네 개의 특별한 에튜드’,스크리아빈의 ‘서주와 녹턴작품 9번’ 등.소사가 직접 작곡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카프리치오소’도 들어 있다.
소사는 서울무대외에 10일 부산문화회관,13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 등 지방공연도 갖는다.7221319.<李炯美 기자 hyungmee@seoul.co.kr>
1998-06-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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