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 아버지/李世基 社賓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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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5-13 00:00
입력 1998-05-13 00:00
또 한번 발병하면 지위도 명예도 잃고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생이별한채 살아가는 그들을 보고 ‘도대체 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이토록 고생을 겪어야하는지’를 통탄해 마지않았고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 고통을 짊어진 제2·제3의 ‘작은 예수’로서 ‘나대신에 아픔을 겪는 그들 덕분에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천형(天刑)’으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추방되다시피한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의논하면서 좌절과 절망의 생에 희망을 주었고 재활의 길을 열어주었으며 나병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자립의 기반을 이루자 이번엔 중국 연변등 외국의 나환자 요양원을 돕는 데로 눈을 돌렸다.
‘말로 하는 설교보다 말없는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증거’를 보이던 나환자들의 목자는 오는 21일 예술의 전당서 열릴 ‘해외동포 나환자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남겨두고 떠났다.내 몸을 활활 태워서 평생 촛불을 밝힌 탓에 그는 더이상 태울 몸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황폐한 현실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의 편에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한 그의 헌신의 등불은 영원히 그 빛과 온기로 오늘 우리의 시련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1998-05-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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