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불황 심화→실직 증가 악순환/검찰 왜 강경대응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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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5-04 00:00
입력 1998-05-04 00:00
검찰 등 공안당국이 ‘근로자의 날’ 폭력시위에 대해 강경대응키로 한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집단행동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2일 전국 검찰과 경찰에 시위 주동자를 전원 구속수사하도록 지시한데 이어 4일에는 金泰政 검찰총장이 직접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이같은 방침을 거듭 강조한다.
검찰이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잡은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이번 시위가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일어난 대규모 불법·폭력 시위라는 점이다.차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 폭력·불법 시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분석에 따르면 이날 집회 참석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1만5천여명과 대학생 7천여명 등 모두 2만2천여명이다.실직자는 거의 없었다.이날 집회가 과격시위로 확산된 것은 이른바 ‘시위꾼’ 상당수가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이들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기본적으로 근로자의 날 집회가 경제실정에서 비롯됐으므로 과거 정부의 책임을 현 정부에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폭력 시위의 명분이 없는 이상 단호한 대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가부도의 위기를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방관할 수 없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검찰의 공안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유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는 시위 모습이 외국 언론을 타게 되면 어느 나라가 돈을 갖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늘어날 수도 있는 일자리를 결과적으로 줄이는 역작용을 일으키는 등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단체가 주관하든간에 법이 정한 테두리 안의 집회와 시위는 언제든지 허용하고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경제정책의 희생자인 실직자들의 심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정부의 실직자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도 감안하는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시위에 대한 검찰의 방침은) ‘법을 지키는 노동운동은 보호한다’는 金大中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다”라고 설명하고 “독일·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집회 및 시위가 ‘생활화’됐지만 폭력시위로 흐르지 않고 외국인의 투자를 막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이 불러올 여파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실업자 양산 등 국내 노동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노동계의 극한 반발 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특히 일의 터전을 잃은 실업자들의 불만이 자칫 폭력시위로 번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지난 1일 시위 때 민노총 산하 근로자 1만5천여명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 7천여명이 가담했지만 실직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실업자들이 조직화 양상을 띠고 있어 집단 행동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朴恩鎬 기자>
1998-05-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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