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정신으로 보는 중국문학사/감상자의 시각서 본 中 문학
수정 1998-04-14 00:00
입력 1998-04-14 00:00
【金鍾冕 기자】 “이슬 맞으며 누런 국화를 따고/서리를 맞으며 푸른 게를 먹고/술을 데우며 붉은 낙엽을 태웠네/생각하면 인생은 빈 술잔인데/중양절마다 술을 마신들 그 얼마나 마시겠는가!” 중국 원나라의 잡극(雜劇)작가 마치원의 산곡(散曲) ‘야행선(夜行船)’에 나오는 구절이다.또 선진시대 ‘시경’의 관저(關雎)편을 보면 남녀간의 상열지정(相悅之情)이 소박한 언어로 표현돼 있고,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는 인생과 세상을 초월하려는 적극적인 낭만주의 사상이 담겨있다.장강대해(長江大海)를 이루는 중국문학,그속에는 진정 면면히 이어지는 멋과 정신이 깃들여 있다.
최근 안동대 중문과 최병규 교수가 펴낸 ‘풍류정신으로 보는 중국문학사’(예문서원)는 이같은 중국문학의 특성을 ‘풍류정신’이란 한 마디로 아우른 색다른 시각의 중국문학사다.지금까지의 문학사는 주로 시대나 작자 등을 기준으로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이 책은 개별 작품의 심미적인 요소들을 들춰내며 감상하는 형식을취한다.때문에 중국문학의 정신을 보다 가까이서 친숙하게 호흡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문학은 크게 유가문학과 도가문학으로 나뉜다.유가와 도가는 중국 문화의 양대 지주이자 중국 문학의 사상적 근원을 이룬두 흐름이다.유가가 중국 북방의 기질을 대표하는 문화라면,도가는 중국 남방의 기질을 대표하는 문화다.공자의 가르침에 힘입은 유가문학이 대개 현실적이고 복고주의적이며 형식주의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도가문학은 노장(老莊)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낭만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양상을 띤다.중국문학은 세상이 편안할 때는 유가의 사상이 지배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도가의사상이 득세하는 유(儒)·도(道)문화의 순환 속에 성장·변환해갔다.이러한 중국문학의 특성을 감안할 때 풍류정신은 당연히 도가사상이 풍미하던 시기에만 성했던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그러나 중국문학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 풍류정신이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선진(先秦)문학에서부터 명청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풍류정신의 흐름을 살핀다.최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소박하고 원초적인 낭만세계가 주를 이뤘던 선진시대 문학은 풍류정신의 맹아기,통일국가의 기상을 작품 속에 드러낸 한대(漢代)문학은 풍류정신의 발아기에 해당한다.또 ‘위진풍도(魏晉風度)’와 ‘명사풍류(名士風流)’를 탄생시킨 위진남북조 문학은 풍류정신의 개화기,문화의 번성기였던 당대(唐代)문학은 풍류정신의 절정기에 속한다.그는 또한 금욕주의적인 도학이 문학을 지배했던 송대(宋代)문학을 풍류정신의 억압기로,이민족의 침략으로 대중문학이 위축됐던 원대(元代)문학을 풍류정신의 침체기로,당대의 인성해방 사상이 반영된 명청대(明淸代)문학을 풍류정신의 부흥기로 본다. 이같은 문학사적 시대규정에는 도식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풍류정신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각 시대 문학의 구체적인 특성을 살피고 있는 점은 지적인 신선함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1998-04-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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