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사회/오생근·윤혜준 등 지음(화제의 책)
수정 1998-04-14 00:00
입력 1998-04-14 00:00
성(性) 또는 섹슈얼리티(sexuality)의 문제를 학문적 차원에서 접근한 논문집.섹슈얼리티는 섹스(sex)라는 말에 뿌리를 둔다.섹스는 라틴어의 ‘섹서스(sexus)’에서 파생된 것으로 19세기 이전까지 이 말은 어원 그대로 ‘섹션(section)’의 뜻,즉 인류를 크게 남과 여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 의미로 쓰였다.예컨대 여성을 가리켜 영어에서 ‘the weaker sex’라고 할 때 에로틱한 의미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이 책에서는 20세기 우리 지성사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성의 문제를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 ‘인류학적으로’다룬다. 이 책의 출발점은 서울대 전경수 교수의 도발적인 글 ‘에로스 인류학과 인류학의 토착화’에서 찾을 수 있다.전교수는 이 글에서 지금까지 서양 인류학이 성문제에 관한 한 어색한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고 전제,이 침묵을 깨는것이 우리의 학문적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임을 역설한다.그는 성 또는 에로스를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체험으로 간주한다. 금기에 도전하고 사회적 규율을 위반하며 다시 태어나는 에로스는 어차피 텍스트와 상상력의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현실은 그러한 위반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이다.아니면 그러한 위반을 상업화해 자본주의적인 형태로 관리한다. 이것이 바로 포르노그라피다.외국어대 윤혜준 교수의 ‘포르노에도텍스트가 있는가’는 상업화된 에로스의 세계와 그것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대응방식의 문제를 다룬다. 문학적 텍스트가 포르노의 본질적 비문학성과 나누는 은밀한 거래의 고리들을 잡아내려는 게 그의 의도.윤교수는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법적인 혹은 제도적인 단죄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한편 좀더 정당한 에로스의 문학적 표현은 인정해 주자는 입장이다.나남출판 9천원.
1998-04-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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