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정치비리가 경제위기 불러(해외사설)
수정 1998-04-07 00:00
입력 1998-04-07 00:00
실제 일본에서는 이러한 조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사는 태국 바트화의 하락을 부채질했던 것처럼 이제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엔화의 급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 유럽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는 증거는 확인됐다.모두가 현재 세계경제는 좋은 상황이지만 더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그 근본적 원인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찾는다.
물론 일본은 지난해 7월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공통점이 많지는 않다.일본은 우선 세계 두번째 경제 초강대국이다.또 세계최대의 금융강대국이면서 그 국민들도 매우 부자라는 점에서 매우 다르다.국가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대한 기업그룹들로 무장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은 90년대초 이후 불경기가 계속돼 왔다.사실상 후퇴했다고도볼 수 있다.노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경제성장의 활로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경기부양책은 성공적이라고 말하나 실제는 매우 불충분했고 통화정책마저따로 놀면서 개선된 게 없었다.활로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더욱 나빠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게 부족하게 됐다.
근본적으로 정치적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정치·경제 지도자들과 행정부는 물론이고 중앙은행마저 비리에 연루되면서 국가의 모든 틀 자체가 신뢰를 잃어버렸다.엔화의 폭락도 이 과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오가 노리오 소니사회장은 일본의 현 상황을 미국의 과거 대공황과 비교한다.
이는 유럽과 미국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자본이 아시아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거대한 잠재력과 동력을 가진 아시아의 중심시장을 무너뜨림으로써 세계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르 몽드 4월4일>
1998-04-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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