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위성사업 진출/국내 방송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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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2-19 00:00
입력 1998-02-19 00:00
세계적인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이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시장에 참여키로 함으로써 국내 방송계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매체·다채널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은 물론,국내 방송산업의 대외개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디지털 위성방송이 실시될 경우 위성수신용 셋톱박스만 설치하면 안방에 앉아 80여개 채널을 더 시청할 수 있게 된다.지상파·케이블TV와 KBS·EBS 위성시험방송까지 합치면 130여개 채널이 공존하게 되는 것.물론 별도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은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또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는 달리 2배 이상 깨끗해진 화질로 뉴스·오락·영화·스포츠 등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뉴스 코퍼레이션측이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게 됨에 따라 국내 방송콘덴츠산업도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사와 제4네트워크인 폭스 TV를 지배하는 머독이 양질의 영상 소프트웨어를 대량공급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디지털 위성방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우선 법적 근거가 될 통합방송법이 통과돼야 한다.그러나 통합방송법이 대기업·언론사의 참여 문제로 겉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머독의 진출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뉴스 코퍼레이션같은 거대기업에 문을 여는 마당에 국내 대기업이나 언론사의 참여를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
더욱 중요한 점은 국민감정상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방송산업의 대외개방이 어쩔 수 없는 추세이며 특히 최근의 우리 사정이 외국인투자를 적극 환영해야할 처지임에는 틀림없지만,방송은 그 나라의 대중문화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안방극장을 외국인에게 통째로 내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반응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내 위성방송산업이나 케이블TV 및 지역민방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위성방송에 관한한 세계적인 수준의 노하우를 가진 뉴스 코퍼레이션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스타TV로 아시아 전역을 장악한 머독은 미국 휴즈사의 디지털 위성방송 ‘디렉TV’와 제휴하는 한편 일본·영국에서 각각 ‘JSkyB’‘BSkyB’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위성방송을 추진하는 등 전세계 위성방송을 석권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또 이번 한국 방송시장 진출은 결국 한·중·일 동북아 3국의 방송시장을 점령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방송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구조조정과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통해 외국 미디어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밖에는 없다.<김재순 기자>
1998-02-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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