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총리 인준 ‘평행선 대치’/접점 안보이는 여 야 갈등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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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2-14 00:00
입력 1998-02-14 00:00
JP(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총리인준 문제를 놓고 신여권과 한나라당의 갈등구도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자민련은 “할테면 해보라” 식의 강경대응이고,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유보와 총리인준 동의안 처리는 별개 문제”라며 인준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측의 반대방침으로 JP총리 인준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정면돌파로 방향을 잡았다.
새정부 첫 총리가 국회인준을 받지 못하면 국정 표류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여론압박전을 펴고 있다.한나라당측이 이런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과반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불참을 강행한다면 대책이 없다.실제 한나라당도 본회의에 참석하되 투표직전 자리를 뜨는 방식의 기권 처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끝까지 이러한 강경대치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여론의비난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불참 강행은 어려울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민노총의 파업철회 등 주변상황도 자민련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자유투표가 이뤄지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이정무 원내총무는 “크로스보팅만 보장하면 100% 통과가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국민회의측도 자민련 못지 않게 채널을 총동원,한나라당측에 대한 각개격파에 나서고 있다.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의원친선 모임인 ‘화요모임’동료회원인 한나라당 김윤환 박관용 의원 등과 접촉하고 있고 박정수 부총재는 민정계,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최재승 의원 등 김당선자 직계는 민주계 인사들을 공략하고 있다.자민련측은 박태준 총재가 진두지휘하고 있다.조영장 비서실장과 박준병 부총재를 대리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국민신당 이만섭 총재에게는 직접 요청했다는 후문이다.‘조부영 라인’은 충청권의 김종호 신경식 이완구 의원을 설득하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대변인은 13일 주요당직자회의를 마친 후 “JP총리 인준 동의안은 사실상 반대한다는당론이 결정돼 있는 상태”라면서 “동의안이 제출되면 가부 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당 지도부는 당론을 일사분란하게 표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원내총무단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조순 총재와 이한동 대표 등 고위당직자들은 “원내 다수당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인준 거부 당론을 정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자유투표를 보장하면 인사청문회법이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자민련측 이정무 총무의 12일 비공식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데서 이러한 당 분위기가 그대로 읽혀진다.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의 저변에는 JP가 총리가 될 경우 당장 한나라당의 충청권 기반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데다 수도권과 강원지역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또 지방선거에 대비,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갈등기류를 조성하려는 의도와 함께 JP가 여권의 실력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겠다는 전술적 차원도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실제 6월 지방선거의 참패는 소속 의원들의 대탈출 현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JP총리 인준 거부 방침은 당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풀이된다.<한종태·진경호 기자>
1998-02-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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