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북한동포/김용상 연구위원(남풍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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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2-09 00:00
입력 1998-02-09 00:00
축산업을 하는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해준 뒤 “IMF여파로 사료값이 폭등해 어려움이 많다는데 자네도 한번 시도해보지 그러느냐”고 귀띔해주었다. 그러나 친구는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며 “아마도 대부분의 전업 축산농들은 차라리 축산을 포기했으면 했지 그런 구차스런 짓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지난 30여년 동안 심각한 곡물난을 겪어본적도 없고 사료효율을 따지며 가축을 길러 온 우리 축산농가들에겐 타당한 방법도 아닐 것이다.달리 방법이 없는 북한 동포들 만이 할 수 있고 그들 사이에서나 통하는일이다. 그러고 보니북한 동포들은 사료난 뿐 아니라 연료난 전력난 비료난 농약난 등을 이겨내기 위해 희한한 것들을 생각해내고 실천하고 있다.아직도 목탄차를 굴리는가 하면 잡목이나 강냉이속을 태워 발생시킨 가스로 트랙터를 가동시키고 있다.자동차의 적재함을 들어내고 타이어를 떼어낸 다음 추진축과 발전기를 피대로 연결하거나 탄광 갱내 수로 여울목에 물레방아식 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공장 굴뚝에서 나는 그을음과 진흙을 섞은 연재구멍탄으로 방을 덥혀 혹한을 이겨내는가 하면 타래붓꽃으로 종이를 만들어 쓰고 있다. 또 태부족한 화학비료 대신 낙엽을 썩힌 부식토,개울이나 강어귀에 쌓인 퇴적물을 활용하는 진거름,갈탄이나 이탄에 암모니아를 섞은 이른바 흙보산비료를 만들어 뿌리고 있다.비료 못지 않게 귀한 농약 대신 잎담배줄기를 우려낸 물을 살포하기도 한단다.남쪽 사람들이라고 이런 걸 모를 리가 없다. 경제성이 없다거나 비효율적이라거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을뿐이다. 그러나 경제성이나타당성같은 걸 따질 겨를이 없는 북한 동포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것도 살길이다’싶으면 끈질기게 달라붙어 기어이 해내고 있다.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뜻밖의 환란으로 나라가 온통 어수선한 판에 북쪽 동포들 마저 곤경을 참아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면 무슨수로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는가.만난에도 용케 버티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북한 동포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다.
1998-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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