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시장 ‘사전수뢰 무죄’ 논란
기자
수정 1997-12-30 00:00
입력 1997-12-30 00:00
사법 사상 처음으로 사전수뢰죄로 기소된 부산시장 문정수 피고인에게 29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선거 전에 후보가 받는 ‘떡값’이나 ‘보험금’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진다.많은 논란을 빚었던 92년 대선 자금도 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가 제시한 무죄의 근거는 사전수뢰죄는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재판부는 사전수뢰죄를 ‘공무원이 될 자가 앞으로 담당할 직무에 관해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로 규정한 형법 제129조 2항의 입법 취지를 자세히 보아달라고 주문했다.즉,일반 뇌물죄 조항과 달리 ‘청탁을 받고’라는 말을 삽입한 이유는 현직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공직 취임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기 때문에 청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을 경우 징벌권이 남용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재야 법조계는 한보사건과 김현철씨 비리 사건에서 뇌물수수죄와 조세포탈죄에 대해 포괄적으로 해석한 재판부가 스스로 모순된 판결을 내려 정치문화를 후퇴시킨 꼴이 됐다고 반발하고 나섰다.법조문을 소극적,형식적으로 해석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홍만표 검사는 “거액을 건네는 사람이 어떻게 현장에서 구체적인 부탁을 늘어놓겠느냐”면서 “중앙무대 정치인에게도 1천만∼2천만원씩 밖에 주지 않은 정태수 총회장이 무엇 때문에 부산까지 내려가 2억원씩이나 건넸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석연 변호사도 “집권당의 실세로서 당선이 확실시됐던 피고인의 지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조문을 엄격히 해석한 것 같다”면서 “전직 대통령과 권노갑 의원 등에게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했는데 국민적 합의에 반하는 실망스러운 판결”고 말했다.<김상연 기자>
1997-12-3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