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대한 융자금 처리 방향/130억불 규모 회수연기땐 큰 도움
기자
수정 1997-12-26 00:00
입력 1997-12-26 00:00
【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 정부와 금융계가 한국의 금융위기를 돕기 위해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24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7개국(G7)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1백억달러 가운데 33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5일에는 오부치 게이조 외상과 미쓰즈카 히로시 대장상이 만나 한국에 대해 가능한 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 총재는 방일중인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채무기한 연장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일본 금융기관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재무관(차관급)은 이날 금융기관에 대해 회수를 늦춰주도록 직접 요청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총진격 자세는 일본 금융기관들에게 한국을 지불불능 상태로 빠트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일본의 금융기관들은 10월 중순 이후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닥치자 서둘러 채권 회수에 나섰다.일본의 한국에 대한채권액은 지난해 말 2백40억달러대,현재는 1백30억달러대이다.한국에 대한 최대 채권자인 일본 금융기관들의 회수가 늦춰지면 한국은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이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의 위기를 방치할 경우 일본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은 풍부한 외화,2백조엔을 넘는 국내 여유자금이 있지만 경기 침체와 금융불안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최근에는 10조엔의 금융안정 국채발행,8천5백억엔의 감세 등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의 위기가 일본으로 번지면 상황은 복잡해지고 만다는 위기의식이 대두돼 왔다.
한국경제가 가라앉으면 일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뿐만 아니라 대북한 경수로 지원의 차질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돼 왔다.
다만 열쇠를 쥔 미국의 ‘고 사인’이 나오기까지는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 일본의 현실.한국이 차례차례 개혁·개방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막을 벗어 미국의 지원의사를 끌어내게 되자 일본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위기가 닥치면 쉽게 ‘일본 탓’을 하던 한국이 이번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는데 대해서도 평가하는 분위기다.아직은 언제 한국에서 외부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1997-12-26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