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입김아래 ‘외길수순’/경영개선령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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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23 00:00
입력 1997-12-23 00:00
◎정부 출자­자구계획 병행… 전략적 조치/외국금융기관 인수·합병 길틔워 줄수도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경영개선 조치를 내린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입김때문으로 분석된다.그러면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세워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없을 경우 종국적으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MF는 정부가 은행권에 출자하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정부가 제일·서울은행 이외의 6개 은행에 대한 출자 계획을 포기한 것도 IMF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IMF는 특히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한 정부의 출자에도 못마땅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서도 두 은행에 1조1천8백억원씩의 출자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따라서 금융당국이 제일·서울은행에 금통위 의결을 거쳐 금융사상 처음으로 경영개선조치라는 강제성있는 명령을 내린 것은 두 은행에 계획대로 출자를 하되,부실금융 기관을 계속해서 떠안고 가려한다는 IMF의 지적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정부가 출자하는 대신 해외점포를 폐쇄하는 등의 강력한 자구계획을 이행토록 함으로써 IMF의 비위를 맞춰보기 위한 차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종국적으로는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는 길을 닦기 위한 전 단계로도 해석할 수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경영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지난 9월에 받은 경영개선 권고에 의해 자구계획을 수립,인력감축과 해외점포 폐쇄 등의 조치를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며 “결국 제일·서울은행의 이미지만 실추돼 추후 외국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하는 부작용만 낳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 처리방침에 대해 당국의 입장이 시시각각 바뀜으로써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금융계는 비판하고 있다.<오승호 기자>
1997-12-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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