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전… 박수·한숨 엇갈려/3후보 진영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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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9 00:00
입력 1997-12-19 00:00
한나라당과 국민회의,국민신당 관계자들은 18일 저녁부터 19일 새벽까지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결과를 피를 말리며 지켜봤다.특히 선두다툼을 벌인 한나라당과 국민회의측은 19일 새벽까지 손에 땀을 쥐며 방송 속보를 지켜보다 새로운 개표결과가 발표될 때마다환희와 실망감이 교차했다.
▷한나라당◁
이날 투표가 끝난직후 문화방송이 이회창후보의 득표율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 1% 뒤지는 것으로 예상득표결과를 보도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 기관의 조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며 역전을 장담했다.한나라당은 막상 공식개표가 시작되면서 열세로 예상했던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도 앞서가는 등 이회창 후보가 전체적으로 초반에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그러면 그렇지”라며 환호하기도.
그러나 밤 8시38분쯤 김대중 후보에게 처음으로 역전당하자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가 9시쯤부터 1% 차이로 선두를 되찾자 다소 안도.이때 당사에 나타난 김윤환 선대위의장은 “부재자 투표에서 선전하고 대구·경북에서 예상만큼 표를 얻었기 때문에 25만~30만표를 이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동안 이회창 후보가 1∼2% 차이로 지키던 선두자리를 10시쯤 다시 김대중 후보에게 빼앗긴 뒤 0.1% 차이를 두고 수십차례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당직자들은 “정말 피를 말린다”고 토로했다.당직자와 사무처요원들은 상황실에서 TV를 지켜보다 9시20분 이회창 후보가 1백만표를 넘어서자 환호를 올렸으며,일부 관계자들은 “MBC는 반성하라” “이인제가 나라를 팔아먹을뻔 했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개표가 30%쯤 진행된 11시를 넘어서면서 김대중 후보가 선두에 나서 1%의 득표율 격차를 유지하면서 표차를 계속 늘려나가자 “정말 정권이 바뀌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김후보의 반전이 계속되는 동안 김덕룡·강창성 선대위원장·민관식·김명윤 고문·김중한 서울시지부장 등이 상황실에 나타났다가 이후보의 역전기미가보이지 않자 당사를 떠났다.
▷국민회의◁
여의도 당사와 선경증권빌딩의 공동선대본부 상황실에서 개표결과를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불과 1% 미만의 표차이로 선두가 뒤바뀌는 접전이 계속되자 TV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당원들은 김후보가 앞설 때는 환호성을 터뜨리다가도 이후보가 뒤집으면 탄식하는 등 예측을 불허하는 혼전에 애를 태웠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이해찬 선거기획본부 부본부장은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자심감을 보이면서도 “하지만 표차이가 미세하면 재검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당직자들은 개표 초반 김후보가 이회창 후보에 다소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자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후보의 표밭인 영남지역의 개표가 김후보의 강세지역에 비해 빠르기 때문아니냐’고 서로를 위안했다.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그러나 충청지역에서 이회창 후보를 상당한 표차로 따돌리기 시작하자 “역시 JP(김종필 선대회의의장)”라면서 이른바 DJT연대를 성사시킨데대해 새삼 안도했다.
박태준고문은 밤 10시쯤 집으로 돌아가 TV로 개표방송을 지켜봤으나,김의장은 “압도적으로 승리할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면서 의장실에서 바둑을 두며 밤새 개표상황을 보고받았다.한편 이날 밤 공동선대본부에는 두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에다 내·외신을 포함한 300여명의 보도진이 가세,북새통을 이뤘다.
▷국민신당◁
개표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인제후보가 줄곧 3위에 머무르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애써 자위하는 모습들이었다.개표 직후 한때 고위당직자들과 사무처 요원들로 북적였던 여의도 당사 6층의 종합상황실은 밤 10시쯤 이인제 후보가 당사를 떠나면서 속속 자리를 떠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를 보였다.
이후보의 낙선이 확실시되자 사무처 당직자들은 개표상황을 전하는 TV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후보의 득표율에 관심을 보였다.특히 박빙의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회창·김대중 후보의 득표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선이후 정국에서의 유·불리를 따지기도 했다.일부 당직자들은 김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제칠 때마다 박수를 치기도 해 두 후보에 대한 정서를 대변하기도 했다.한당직자는 “선거과정에서의 대립관계를 감안할 때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20% 안팎의 득표를 올린 것은 그나마 선전한 것”이라고 서로를 격려했다.<서동철·진경호·이도운 기자>
1997-12-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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