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의 허실:상(3당후보 공약점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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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4 00:00
입력 1997-12-14 00:00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장미빛이다.그러나 말뿐인 공약이나 실현가능성이 적은 공염불도 많다.옥석을 가리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한나라당◁
정치부문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혁,깨끗하고 돈안드는 선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항목들이 언급된 점은 긍정적이다.선거운동의 국가공영제,대통령 직속의 ‘부정부패청산위원회’ 설치,감사원의 독립성 보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효율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예를 들면 공룡화되어 정책실기가 잦은 재정경제원의 기획·조정기능을 제대로 살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무조정과 개편방향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존·폐론이 분분한 공보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
행정개혁 방향으로 ‘21세기 선진국형 행정수요에맞는 정부조직 개편’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폐지나 대도시 자치구 폐지 등 민감한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문은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질 위주의 군 구조전환’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힘의 우위에 입각한 ‘전쟁억지력’에 무게를 둔 점이 특징이다.그러나 방위력 개선사업의 하나로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개량형 잠수함사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결정과정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낀다.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교육비 절감에 대해서는 ‘공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원론적 해결방안에다 ‘학생중심의 교과과정 개혁’이라는 방안을 보태고 있으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그러나 교육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디자인고교 등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특화된 소규모 고교설립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은 눈에 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공약은 해당분야의 현안의 해결책을 망라한 성격이 짙다.총론적 틀에서 각론의 균형을 맞추기 보다는 연계되어 있지 않은 각론이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이다.따라서 각 분야의 공약이 개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공약 사이에는 이율배반적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도 없지않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 ‘민생치안강화’가 좋은 예다.민생치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증원이 필요하지만 ‘작은정부’와는 배치된다.실제로 국민회의는 전문수사인력 확대,경찰서 증설,파출소 근무인원 증원 등을 제시한다.특히 전투경찰을 정규경찰로 전환하여 민생치안에 투입하겠다는 구상만으로도 수만명이 늘어나야 한다.국민회의는 중앙권한의 민간이양과 지방행정계층구조를 현재의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여 남는 인원을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대민서비스 분야의 인력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현이 어려운 대목도 보인다.‘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합리적 조정’이 대표적이다.국민회의는 집권하면 그린벨트에 대한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재조정하고,다시 지정된 지역은 국가가 사들이겠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서울같은 대도시의 녹지비율은 현재도 형편없이 적다.환경영향평가에서 오히려 그린벨트를 늘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재정을 GNP의 6%로 늘리겠다는 공약은 그 자체를 실현하는데도 어려움에 많겠지만,6%를 확보하더라도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교원의 처우개선,교육환경시설 현대화,사학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충분치 않을 것 같다.
▷국민신당◁
작지만 강한 정부 실현을 내세우고 있다.정부기능을 공공부문,비정부기구(NGO),민간부문에 적절하게 배분한다는 입장이다.불필요한 정부기구나 정부인력은 과감하게 감축하되 민간수요가 늘어나는 부문은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정부조직개편에만 중점을 두고 공무원 감축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지만,구체적 언급이 없어 작은 정부의 이념과 모순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국민신당은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방시킨뒤 통일을 성취하는 2단계 평화통일을 추진하고 있다.국민회의에 대해서는 집권하면 단시일에 통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등의 무모한발언으로 불안을 조성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있어 다른 두 당과 같이 6%의 교육재정확보를 내걸고 있다.교육채권 및 학교지원교육복권제 도입도 공약으로 내놓았다.사교비절감방안으로 2002년까지 유아교육 1년을 완전공교육화하고 중학교 무상의무교육도 2000년까지 전면 실시한다.농어촌학생 대우에 있어 한나라당과 국민회의가 특례입학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국민신당은 고등학교 이상 무상교육을 확대하는,한걸음 앞선 공약이라고 주장한다.
노동·복지부문의 경우 5년간 첨단산업분야에서만 1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공약하고 있으나,IMF관리체제에서 첨단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과연 있는지,실현여부가 불투명하다.<황성기 서동철 박찬구 기자>
1997-1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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