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침묵’·미 언론 “한국 탓”/‘환율폭등’ 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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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12 00:00
입력 1997-12-12 00:00
○…IMF는 한국의 원화환율이 긴급구제 금융협상 타결 및 자금의 일부 유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등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구제금융이 나간 한국,인도네시아 위기가 잘 풀리지 않을뿐 아니라 러시아,일본 등도 언제 폭발할 지 모른다는 지적에 IMF의 제2인자 스탠리 피셔 부총재가 9일(한국시간 10일) “앞으로 잔기침 정도야 남아 있겠지만 최악의 고비는 지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그러나타임즈 자체는 이 말을 대 월스트리트용의 덕담 쯤으로 취급하고 있다.말없는 IMF에 비해 미 언론들은 원화가치 폭락에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데 한가지 특징은 그 원인을 다분히 한국자체 탓으로 진단한다는 것.
워싱턴포스트 지는 ‘관리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 또한 정부의 시장개입을 필요한 것으로 믿고있는’한국의 자유시장 ‘지향’의지를 해외투자자들이 못미더워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즉 한국은 지도층들이 IMF가 금융위기 국가에 요구하는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정책의 시행을 주저할 뿐 아니라 나라 자체가 아직도 현 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뉴욕타임즈는 한걸음 더 나가 한국이 IMF협상 약속대로 예전엔 국가비밀로 숨겼던 해외 현지법인의 단기차입금 5백10억달러를 공표한 사실을 원화폭락의 원인으로 분명하게 거론했다.
○…과거 금융위기 국가의 든든한 최후 구제자 노릇을 도맡았던 미국정부가 이번엔 IMF를 방패로 한국민에겐 무정하리 만큼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가운데 미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투’ 또한 묘하게 차가워지고 있다.공공정책연구소(AEI)의 제임스 글래스먼은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난을 통해 “누가 IMF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말 하는가.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해 부도를 내면 그대로 파산하고,보다 강한 자가 차지하는 자본주의 원칙이다.은행규제를 풀고 미국은행에 의해 매점되는 것이 IMF가 쏟아붓는 수백억달러보다 더 잘 한국경제를 고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두서너달 전만 해도 한국 및 아시아 경제를 칭찬하던 데이빗 헤일이나 마크 놀런드 등 투자분석가 및 경제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된다”느니 “한국이 정신을 덜 차렸다”느니 하면서 안면을 싹 바꾸었다.<워싱턴〓김재영 특파원>
1997-12-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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