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행(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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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02 00:00
입력 1997-12-02 00:00
대탁에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좋아하는 음식을 적당히 덜어다 먹는 뷔페식(buffet식)은 접시에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것이 본래 의도다.초대된 손님의 숫자를 정확히 알수 없을때도 음식 양을 적당히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어느 뷔페를 막론하고 어떤 음식은 동이 나지만 어떤 음식은 수북이 쌓여 남아돌게 마련이다.밥풀 하나도 떨어뜨리지 못하게 하던 옛 선인들의 가르침에 비하면 지나친 낭비요 탕진이 아닐수 없다.

식당에서 남긴 음식들의 대부분은 쓰레기 처리업자들이 수거해다가 동물사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빵의 경우는 칼로리가 너무 높아서 아예 동물사료로도 쓰지 못하고 폐기처분한다니 여간 아까운 노릇이 아니다.매일 호텔과 대형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의 양은 400여t에서 450t.이를매립·소각처리하는데 하루 평균 1억2천여만원이 들고 1년이면 3백73억여원이 소요된다.그래서 이를 기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상한 것이 식품은행이다.서울시는 내년 상반기에 강서구 관내에 우선 식품은행 1곳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하반기에 4곳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식당이나 식품가공회사 등에서 폐기되는 음식중에서 상하지 않은 깨끗한 음식들을 기부받아 양로원이나 고아원·갱생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냉장차로 실어 전달해주는 방법이다.이런 식품은행은 미국과 캐나다·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10여년전부터 실시해온 제도다.또 식당에서도 먹고 남긴 음식중에서 집에 가져가기를 원하면 언제라도 친절하게 싸준다.우리는 번거롭다고 해서 이를 방치하지만 이 역시 정착돼야 할 습관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음식을 넉넉하게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고 싸보내는 인정속에 살았다.‘남은 술과 식은 적(잔배랭적)’은 배부른 사람에겐 보잘것 없지만 굶주린 사람에겐 수육진미를 능가할 수 있다.

다만 배불리 먹이고도 나중에 상한 음식을 먹였다는 원망과 사고의 원인이 되지않게 음식을 기부한 식당을 보호해주는 기부자 보호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멀쩡한 음식은 동물사료로 쓰기보다 사람이 먹는 것이 우선순위다.그리고 이런작은 실천이 또 다른 경제살리기의시작일 것이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12-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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