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향기로운 ‘동귤’/유만근 성균관대 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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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29 00:00
입력 1997-11-29 00:00
한 해가 또 저물어 가니 제 철 열매 귤이 한창 곱고 향기롭다.귤중에 제일 작은 것,살구나 탁구공 보다도 훨씬 작으며,껍질째 먹는 종류를 우리말로 ‘동귤’이라 한다.이 말은 우리나라에 옛날부터 있는 말이라 192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총독부 한·일사전)에 이미 표제어로 올라있고, 일본말로 ‘깅깡’(김감)이라 풀이돼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즈음 사람들이 우리말 ‘동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대신 당치않은 일본말을 쓴다.

‘동귤’의 중국식 한자말 ‘금귤’이 서양에 알려질 때,북경발음대신 남중국 광동발음 ‘감괏’(gamgwat)비슷한 것이 전해졌기 때문에 영어로는 결국 ‘캄쿠옷’(kumquat)처럼 되었다.일본식 ‘금감’이나 중국식 ‘금귤’은 모두‘금빛’을 나타낸 것 같은데 과일 빛깔로야 어디 ‘동귤’만 금빛인가? 딴 종류 큰 귤도 모두 빛깔이 비슷하니 의미상으로 ‘금감’이나 ‘금귤’이 도무지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우리말 어감상,발음편의상으로도 그것들은 ‘동귤’만 못하다.작고 둥글둥글한 그 과일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동귤’이 얼마나 적절한가? 우리들이‘동귤’이라는 말을 잊어버리고 몰라 못썼지,알고난 다음에는‘동귤’이라는 말을 모두 즐겨 쓰며 옆사람 그 옆사람한테로 널리 보급할줄 믿는다.



우리나라에 옛날부터 귤이 있었다는데 중간에 한때 없어졌던 까닭은 무엇인가? 일설에 의하면,제주도에서만 생산되는 귤을 서울 궁궐이나 세도가들 집에 진상했는데,생산량 짐작도 못하고 무리하게 자꾸 더 가져오라는 경우가 많은 바람에 제주도 사람들이 화가 나고 기가 막혀 오기로 귤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궁궐이나 세도갓집이 아닌 보통집,우리집에서도 그것들을 즐겨 먹을수 있게 되었으니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다.그러나 물건보다 말과 정신이 중요하다.이제 우리가 잠깐 놓쳐버렸던 이름 ‘동귤’까지 되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1997-11-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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