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가라”(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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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27 00:00
입력 1997-11-27 00:00
언제부턴가 학교공부는 학원의 뒷자리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방학이 되어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실시해도 학원수업이 중요하고 학교수업은 그 다음이다.또 학교에서 교사에게 배우는 것보다 학원에 가서 유명강사에게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학교에선 하기 싫은 수학공부도 학원에서 배우면 쉽고 재미있다. 학원강사의 학습방법은 다각도로 연구되어 단번에 이해되기 때문이다.거침없이 유창한 언변도 실력에 대한 신뢰감을 던져준다.이런 학원의 막강한 힘에 밀려 학교는 학기중에도 학생들이 부담없이 학원에 갈수있도록 자율학습을 없애거나 수업을 단축한다.학원은 무조건 과외만을 시키는곳이 아니라 학교의 기능까지도 포함시킨 엄청난 변화를 보이게 된 위치에까지 왔다.그래서 한때는 ‘어느 고교를 나왔다’는 말보다 ‘어느 학원출신’이라는 말이 자랑스럽게 따라다녔다.

그러나 지난 수능이 끝난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잘 나가던’ 학원원장이 학생들에게 ‘학교로 돌아가라’는 파격선언을 던져 화제가 되었다.‘올해 수능처럼 쉽게 출제되면 학교수업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니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 본래의 모습으로 공부하라’는 것이다.그는 그동안 재미있게 풀어가는 학습방법으로 고수입을 올리기도 했지만 현재 수강생들이 떠나면 학원문을 닫겠다고 했다.‘입시학원은 비뚤어진 교육현장의 단면’일뿐 ‘국가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학원 문을 닫는 이유다.

학교는 학교가 설자리가 있고 학원은 학원의 기능이 따로 있다.학원은 학교의 뒷전에 서서 딸리거나 모자라는 학습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이 바람직하다.학원이 학교보다 먼저로 인식되는 그 자체가 잘못이다.그래서 그의 충고는 ‘교육의 백년지계’를 외치는 어떤 교사보다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는 사도로 보인다.단지 ‘올해처럼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학원이 없어도 되지만 만약 어렵게 출제되면 역시 ‘학원’은 있어야 한다는 말 같아서 찜찜하다.입시출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역시 학교공부가 ‘제일’이라는 인식은 왜 요원한지 모르겠다.
1997-11-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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