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차량·무리한 운행·정비 소홀/서울 지하철 총체적 부실
수정 1997-11-14 00:00
입력 1997-11-14 00:00
서울의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이용하는 시민들은 언제 어디에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지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13일 사흘째 잇따라 지하철 사고가 일어나자 시민들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과 함께 사고가 대형으로 이어지기전에 현행 지하철 운영체계의 점검과 함께 대수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들어 발생한 지하철 사고는 모두 32건에 이른다.한 달에 3건이 일어난 셈이다.하루 평균 4백만명이 이용하고 수송 분담율이 34%에 달하는 가장 안전해야할 지하철이 툭하면 탈선,지연사고를 일으키는 ‘사고철’로 전락한 꼴이다.안전불감증에 만연된 지하철 때문에 출 퇴근길에 발이 묶인 시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7일 2호선 성수역에서,그리고 지난 12일 2호선 삼성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지하철시대를 연 지난 74년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탈선사고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그동안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탈선사고가 1년에 2번씩이나 몰려 일어났다는데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더구나 지난 7월 1호선 시청역 덕수궁쪽 2번 출구 환기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형사고의 위험을 그대로 노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고의 원인이 지하철 경영 및 운영을 둘러 싼 총체적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우선 시민의 안전이 지하철 경영의 우선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린다.서울시부채 5조원 가운데 4억6천여억원이 지하철부채인 실정에서 2,3기 지하철 추가건설에만 매달려 방재 및 안전은 등한시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안전에 가장 시급한 노후차량 및 부품교체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고 털어 놓는다.
지난 74년에 도입된 노후차량 16편성이 평균 수명 20년을 넘었는데도 아직 달리고 있을뿐 아니라 부실한 정비도 사고위험을 예고한다.실제 전장 200m짜리 차량 10량을 30분 이내에 형식적으로 육안 검사한 뒤 내보내는 실정이다.예비차량도 준비돼 있지 않아 사고조짐이 보여도 무리하게 운행할 수 밖에 없다.입출고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사소한 고장은 그냥 넘어가기일쑤이다.
시민교통환경센터 최정한 사무총장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적인 처방만으로 땜질해왔기 때문에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엄청난 대형사고가 일어나기전에 정부차원에서 총체적인 진단 및 수술에 나서 안전한 지하철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노주석 기자>
1997-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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