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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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05 00:00
입력 1997-11-05 00:00
그런 ‘청풍명월’을 두고 충청도에서 상표권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한다.사연인 즉 농협 대전충남본부가 관내에서 생산된 품질인증미에 ‘청풍명월’이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했기 때문이다.그러자 충북은 ’청풍명월’은 ‘1천3백여년 역사를 지닌 제천시 청풍면 지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충북을 상징하는 대표적 용어이자 무형문화유산’이므로 ‘우리고장의 고유용어인 청풍명월을 함부로 쓰지말라’고 충남에게 상표권포기를 권유하고 있다.이에 응하지 않으면 상표등록 취소 등 법적대응 방안을 모색할 모양이다.
지난 93년에는 제주 상징물인 돌하루방이 상표권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부리부리한 눈과 뭉툭한 코,꽉다문 입 등이 제주인의 성격을 닮은 돌하루방의 명칭을 제주와는 상관없는 외지인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도록 상표로 등록해놓은 것이다.주객전도인 셈이다.그러나 제주의 돌하루방은 ‘제주의 얼과 혼이 담겨있어 제주상공인들에게 사용권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결국 업자자신이 상표등록을 자진철회,돌하루방파문은 조용히 끝났다.
만사에 탈이 없이 느긋하고 온건한 충청도 사람들을 가리켜 옛선인들은 ‘청풍명월’이라 부르고 있다.제천의 ‘청풍’을 충북이 문화유산으로 지키고 싶어한다면 충남이 양보하거나 같은 충청도의 입장에서 충북이 이를 포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저마다 내고장의 특징과 장점을 살리다보니 ‘청풍명월’ 본래의 뜻과는 달리 티격태격의 양태를 보인 결과다.시경에 보면 ‘화목하기가 청풍같다(목여청풍)’는 말이 있다.유유자적하고 화기로운 청풍에 반목이나 불화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1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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