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살해범의 모정/조현석 사회부 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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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26 00:00
입력 1997-10-26 00:00
◎딸 출산 전현주씨 젖먹이며 회한의 눈물

임산부의 몸으로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을 유괴살해하여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전현주씨(28).

전씨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뒤 열흘사이에 딸을 세차례 만났고 그때마다 딸을 부둥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전씨의 담당간호사 이모씨는 25일 “지난 18일 면회온 남편이 딸을 안고 735호 병실로 들어오자 전씨는 딸의 얼굴을 부비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면서 “24일에는 딸에게 모유를 주며 2시간동안 흐느꼈다”고 전했다.

전씨는 출산한 뒤에도 별다른 심적동요를 보이지 않았으나 딸을 만난 뒤부터는 망연히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많아졌고 면회 온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전씨는 지난 23일 면회와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친정어머니에게 “딸을 예쁘게 키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씨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외에는 아무도 병실을 찾는 사람이 없다.아무리 흉악한 범죄를저질렀을지라도 전씨의 가족들은 그녀를 버리지 않고 병실을 찾고 있다.



딸을 낳은뒤 삶에 대한 애착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정도 엿볼수 있다.또 세상 모르고 태어난 핏덩이 어린 딸에 대한 일반인들의 안쓰런 염려도 들려온다.죄는 미워해도 생명은 소중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씨는 숨진 박나리양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7-10-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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