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자금난 기업 도산 예방/‘은행자율협약’신설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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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22 00:00
입력 1997-10-22 00:00
◎경제안정 기대속 시장원리 뒷걸음질/특정업체만 지원땐 특혜시비 우려도

은행단이 만들기로 한 ‘협조융자협약’은 부도유예협약보다 더 진전된 ‘처방’이다.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신속하게 협조융자해 줌으로써 부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겨 있다.그런 의미에서 새 협약은 강경식 경제팀이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고단위 정책으로 볼 수 있다.물론 정부의 의도가 적중할 지는 미지수다.벌써부터 “대선까지 대기업의 부도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지적들이 나온다.

어쨌든 금융권의 협조융자협약 구상은 부도유예협약 이전의 흑자상태에서 대기업이 부도나지 않도록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하겠다는게 골자다.기업들이 법정관리나 화의,부도유예협약에 이르기 전에 ‘회생의 길’을 열어주자는 얘기다.부도유예협약이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기업들의 연쇄부도 방지에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데 따른 보완장치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상황이 증폭되면서 금융기관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꺼리고 있어 흑자상태에 있는 기업도 도산할 수 있게 돼있다”며 “따라서 금융기관이 부담을 골고루 나눠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출해주면 지금같은 연쇄부도는 막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들의 ‘자율협약’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협약안이 21일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주재한 은행장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강경식부총리의 시장주의가 일단 최근의 총체적 금융위기상황에 두손을 든 셈이다.재경원 당국자들도 내부적으론 정부의 시장개입을 인정하고 있다.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이 지난 20일 뉴코아그룹에 대해 은행권에서 5백45억원의 협조융자를 끌어낸 것이 시장개입의 시작이다.아울러 협조융자협약 추진은 장기화되고 있는 기아사태의 해법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협약을 적용하는데 문제점이 적지 않다.▲어떤 기업을 지원하며 ▲일부 은행이 협조융자에 반대할 경우 나머지 은행은 무작정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지 ▲담보와 어음회수기간이 다른데 은행별 융자비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더욱이 기아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를 제쳐두고 특정 기업에 자금을 풀겠다는 것은 형평성이나 특혜 시비를 부를 소지가 있다.또 새 협약의 적용여부가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경우 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처럼 기업의 위기를 부채질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새 협약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최악의 상태에 있는 기업들은 모두 정리됐으며 더이상 대기업의 부도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새 협약은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백문일 기자>
1997-10-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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