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비리사건 판결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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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14 00:00
입력 1997-10-14 00:00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죄에 대한 판단◁

1.대호건설 전 사장 이성호로부터 ‘실명전환 및 금융상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범죄사실에 대해=공소사실은 피고인 김현철이 이성호로부터 93년 12월부터 95년 12월까지 매월 5천만원씩 제공된 12억5천만원의 금원 자체가 금품·이익이라는 취지이다.그러나 이 돈은 오로지 이성호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맡긴 50억원의 대가로서 월 1%의 당시 사채금리에 따라 제공된 이자로 보여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특가법 3조의 금품·이익은 금전이나 물품뿐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체의 유·무형의 이익을 뜻한다.피고인 김현철은 이성호의 부친 이건명의로 50억원을 실명전환토록 해 자금출처 조사를 당하는 불이익을 피할수 있었고,이성호도 거액의 실명전환으로 세무조사를 받는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했다는 점 등이 ‘이익’의 개념에 해당한다.그러므로 피고인이 비실명계좌에 넣어둔 50억원을 이성호를 통해 실명전환하고 이자조로 매월 5천만원씩 받은 금융상의 편의는 통상의 소비대차 거래에 따르는 이자지급이나 친분관계에 의한 호의·친절 정도를 넘어서는 무형의 경제적 이익으로 특가법 3조의 적용을 받는다.

2.이성호로부터 받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의 부탁에 대해=대호건설이나 이성호 일가에 관련된 사항을 지적하면서 일이 잘 처리되도록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것을 구체적·명시적으로 부탁했음이 명백하므로 단순히 지인 사이의 애로사항 상의라고 볼 수는 없다.

3.이성호로부터 5억2천4백24만3천970원을 초과 반환받았다는 범죄사실에 대해=피고인이 95년 8월 이성호에게 돈을 맡길 때와 반환을 요구할 때 계산상 돌려받을 돈이 19억7천5백만원 가량에 불과함을 알고 있었다.대호건설의 서초유선방송 사업자 선정 등 사례의 뜻과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아 대가성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세범처벌법 위반과 특가법(조세)위반죄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의 ‘사기 및 부정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케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피고인 김현철은 기업인들의 예금계좌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 등을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명계좌에 입금시켜 관리해왔고,헌 수표로 받거나 백화점 매장에서 소액권 헌 수표로 다시 교환해 사용해 왔다.

이는 받은 돈의 자금 흐름과 소득을 은폐하기 위해 체계적·계속적인 자금은닉 행위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특히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가 통상적인 거래방식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등 금융거래 관행이 정립됐음에도 불구하고 10여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도의 및 경제윤리에 반하는 부정한 행위다.

▷조세포탈의 고의에 대해◁

피고인 김현철의 학력과 경력,사회적 지위 등에 비춰볼 때 증여 또는 이자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납세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조세포탈이 1차적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헌 수표로 돈을 받는 등 부정행위의결과로 조세가 포탈된다는 사정을 알면서 자금 은닉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정치자금의 제공행위는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피고인 김현철이 이 사건 금원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했고 실제 정치활동을 위해 소비했다고 해도 ‘증여’ 또는 ‘이자’의 법률형식으로 수수한 이상 과세를 면할수 없다.

지금까지 정치자금을 받는 행위에 대해 현실적으로 과세한 적이 없다거나 정치자금의 은닉행위에 대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한 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지 않으면 국민의 일반 법감정에도 어긋난다.

□비리사건 일지

▲97년 2월14일=검찰,김현철씨 비리의혹 조사 표명.

▲2월18일=현철씨,국민회의 의원 6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2월21일=현철씨,고소인 자격 검찰 출두.

▲2월22일=검찰,현철씨 귀가조치 및 한보사건 개입의혹 무혐의 발표.

▲3월10일=박경식씨,현철씨의 YTN 인사개입 등 의혹폭로.

▲3월11일=검찰,현철씨 비리의혹 진상조사 착수.

▲3월19일=검찰,박경식씨 소환조사.

▲3월21일=한보사건 전면 재수사 착수.박태중씨 회사 (주)심우 등 5곳 압수수색.

▲4월2일=대선직후 박태중씨 계좌에서 1백32억원 출금 확인.

▲4월25일=현철씨,한보청문회 출석 증언.

▲4월28일=박태중씨 소환조사.

▲4월30일=박태중씨 등 측근 구속수감.

▲5월2일=이성호씨 철강판매회사 (주)동보스테인레스 압수수색.

▲5월7일=한솔그룹 조동만 부사장에 현철씨 비자금 70억원 위탁 확인.

▲5월11일=이성호씨 귀국,검찰 출두.

▲5월15일=현철씨 2차 검찰 출두.

▲5월16일=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소환.

▲5월17일=현철씨 65억5천만원 수수확인,구속수감.

▲5월19일=김기섭씨 1억5천만원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수감.

▲5월20일=김현철·김기섭씨 명의 2백여개 예금계좌 압수수색.

▲6월5일=김현철·김기섭씨 기소.

▲7월7일=현철씨 비리사건 첫 공판.

▲9월22일=결심공판.검찰,현철씨에 징역7년 구형.
1997-10-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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