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서로 다른 한글날/유만근 성균관대 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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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09 00:00
입력 1997-10-09 00:00
왕조실록 작성 당시,사건시기가 어느 달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대체로 연말에 기록한데다가,오늘날에도 옛 기록상 불분명한 날짜를 처리할 때 월말로 잡는 방식에 따라 문자완성 추정 날짜가 뒤로,뒤로 이중으로 내리밀려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 당시에 새 문자 창제에 만만치 않게 반대한 세력이 있어,그 사업은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훈민정음 문자완성은 사관들이 어림쳐서 기록한 시기보다 훨씬 먼저 되었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니 우리는 문헌상 가장 확실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정인지의 기록 ‘계해동’(계해년 겨울)을 무엇보다도 가장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계해동’을 그해 겨울 극점인 동지절쯤으로 짚으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즉 1443년 12월23일을 훈민정음 문자창제 완성일로 보자는 것이다.12월23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라 서양사람들도 좀처럼 안 잊어버릴 날이고,1443.12.23은 또한 공교롭게 재미있는 수열을 이루어 기억하기 좋은 숫자구성이다.
역사 연표를 보면 1663년에는 J 밀턴의 유명한 서사시 ‘실낙원’원고가 완성되었고,1883년은 태극기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국기로 제정된 것이다.
어쨌든,늦어도 21세기부터는 남북한이 부디 같은 날에 한글날 기념식을 가지도록 우리 모두 성찰하고 노력했으면 한다.
1997-10-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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