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는 서울/이승복 홍익대 교수·시인(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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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9-20 00:00
입력 1997-09-20 00:00
그런 이름의 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이름만 그럴듯하지 정작 그곳을 걷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길들만 있다.대학로며 예술의 거리며 문화의 거리,모두가 한결 같다.길은 좁고 바닥은 흠집투성이고 공사장은 말로만 미안하고 가게들은 길을 막아서 있다.뿐만 아니다.그 길에서도 차가 밀어붙이고,사람들은 길을 막고도 비킬줄 모른다.
길은 다함께 만나는 곳이다.그래서 길은 그 의미의 영역을 공간 이상으로 확대하게 된다.그만큼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씻김굿의 길놀이는 망자에게 바른 길을 정해주고,대보름이나 추석에 하는 길놀이는 집집마다 축원을 나누어주고 공동체의 내일을 열어준다.길이 아니면 가지말라는 도리의 개념도 그러하고 화합의 상징인 개국이념 홍익인간도 한민족이 나아갈 길이라는 말로 대신한다.그만큼 길은 바른 소통으로서의 의미여야 하고,정당하게 또는 당당하게 걸어다닐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어야 한다.비뚤고 끊어진 길에서 바른 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걸어서 서울을 한바퀴 돌고 싶은 것이 언제까지 욕심이어야 할는지.
1997-09-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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