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기록하자/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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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9-04 00:00
입력 1997-09-04 00:00
사실 사진찍기에 유난히 게으른 나는 놀러갈 때도 카메라 챙기는 일은 늘 잊곤 한다.며칠전 개학을 앞두고 아이들 방학 숙제를 살피다보니 기행문과 함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붙이도록 되어 있었다.방학동안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준 일이 없었던 까닭에 과제물에 붙일 사진이 없다는 상황이 너무도 민망했었다.사진 찍기를 비롯하여 일기쓰기라든가 메모적기 등의 기록 작업에 별로 취미가 없는 나는 지금까지 그러한 일들에 매우 무심하게 지내왔다.하지만 이젠 정말 나 자신과 주변에 관한 어떤 형태의 기록이라도 남겨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기 시작한다.
벌써 삶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일까.지금까지 지내온 순간들을 눈에 보이거나 읽히는 어떤 것으로 만들어 소중히 간직하는 일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문득 지금부터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돌이켜보고 싶을때,그 모습이 머리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을때,그래서 안타까울때 소박한 사연어린 사진 한 컷,한줄의 메모가 그 그리움에 대한 작고 따뜻한 대답이 되어줄수 있을 거라는 감상적인 생각과 함께 말이다.살아가면서 쌓이는 체험들,만남의 순간들을 원할때 언제든 다시 보고 행복하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기록들을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챙기리라 다짐해본다.
1997-09-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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