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어른이 없는 사회/이승복 홍익대 교수·시인(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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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30 00:00
입력 1997-08-30 00:00
주말의 TV.이미 익숙하다고 넘겨 버리기엔 정말이지 지나치게 화려한 초저녁 프로그램의 연예인,그리고 그들의 몸짓과 말투와 애써 함부로 만들어 낸 국적불명의 난삽함.이들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언행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그렇기에 존경은 커녕 모범이어서도 안된다.그런데도 아이들은 이들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물론 존경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동경하며 닮아가기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지금 당장 아이들에게서 저들의 공허한 흔들림을 대신할만한 누적된 역사의 모범이 있어야 한다.어른이 계셔야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프로그램도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우리는 한층 심한 우려를 느낀다.뉴스 시간에 나온 대통령 후보들,어쩌다 저 중에 한 사람이라도 하면서,많은 출마의사를 일종의 가능성으로도 생각해 보지만,막말에 치졸한 행동이 그들의 규칙처럼 한결같을때 우리의 초저녁 불안은 심한 경련으로 이어진다.구국의 일념으로 대통령 직에 나섰다며 입을 열며 하는 말이 거칠기 이를데 없어서다.수정할 문제의 분석이나 제시보다는 나라를 두고 싸잡아 위기라거나 난국이라고도 하고 때론 더 심한 말로 자기만 빼고 한국인 모두가 죄의식에 빠질 말을 거침없이 하는가 하면 사정없이 이리 뛰고 저리 치기를 일삼기가 10대의 난삽함과 그리 다르지 않다.말을 삼갈줄 모르는 이들이 과연 모범일수 있는지? 존경해도 되는지? 하물며? 생각할수록 이 판에도 어른이 필요하다.대통령보다 믿고 따를 만한 존경스런 어른부터 모셔야 한다.
1997-08-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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