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은 또 하나의 자아/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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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18 00:00
입력 1997-08-18 00:00
의상은 또하나의 자아라고 했던가.또는 자아의 껍질이라고 했던가.아무튼 의상은 우리 인간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유행’이라는 이름을 타고 시대상을 반영하며 무수한 변천을 겪어왔다.특히 오늘날에는 개인주의 시대에 걸맞게 ‘개성의 강조’가 유행을 이끄는 화두처럼 되어 버렸지만 시장 논리속에 몇달이 멀다하고 뒤바뀌는 유행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는 실제로 우리 자신을 차분히 자기 의지의 중심속에 머물러 있게끔 놓아두려고 하지 않는다.도리어 나 자신이 아닌 주변의 ‘껍질’을 지향하게 만드는 온갖 유혹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즉 우리대중은 점점 더 개성을 빙자한 몰개성의 음모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이러다가 정말 영화 ‘데몰리션 맨’속에 나오는 것처럼 획일화된 의상을 유니폼처럼 입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맞이할 때가 오는 것은 아닌지.그것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중심 권력에 개인의 정체성과 의지를 저당잡힌 삶이라는 것도 모른채 또하나의 첨단 유행을 쫓아가고 있다는 착각속에 말이다.
1997-08-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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