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신규대출 효과/중기 ‘꺾기’금지조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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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13 00:00
입력 1997-08-13 00:00
은행감독원이 중소기업에 허용됐던 ‘꺾기’를 전면 금지키로 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리고 개방화 시대를 맞아 은행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시키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이 조치로 금융당국과 은행간의 ‘끝없던 전쟁’도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은행권의 꺾기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돼 왔다.금융당국이 88년 5월부터 꺾기를 인정했던 것은 자금의 초과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즉 대출금의 일정비율을 예금에 들게 함으로써 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여주기 위해서였다.그러다보니 힘있는 대기업들은 은행들로부터 꺾기를 강요당하는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중소기업들은 꺾기에 시달려야 했다.가령 1억원을 연 14%에 대출받고 꺾기로 그 가운데 1천만원은 연 12%로 예금함으로써 예대금리 차이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꺾기는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금융비용 부담과 자금난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돼왔다.은행감독원은 이번조치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자금 여력이 6천억원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고 예대상계 실시로 2백30억원 가량의 대출이자가 줄어드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꺾기 금지는 한편으론 은행의 외형 부풀리기 위주의 경영관행을 뜯어고치는데도 한몫 할 것으로 여겨진다.은감원 이준근 금융지도국장은 “은행들은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꺾기를 함으로써 가만히 앉아서 수신고를 올릴수 있었으나 꺾기 금지로 정상적인 상품개발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등 외형 위주의 수신경쟁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은행들이 당장 꺾기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수지보전을 위한 궁리를 할게 분명하다.그럴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거나 대출금리를 올리는 편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아울러 은행들은 이번 조치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중견기업들에게 꺾기의 타깃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은행들의 협조와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병행되지 않으면 성과가 반감될 수 있다.<오승호 기자>
1997-08-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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