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괌추락 참사­현지 병원 표정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1997-08-07 00:00
입력 1997-08-07 00:00
◎철저히 출입통제… “생존 확인” 가족 애태워/자원봉사자들 환자명단 비공식 전달/한인의사 “혈액충분”수술 걱정 덜어

일 추락한 대한항공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생존자들이 입원한 괌의 미 해군병원과 메모리얼병원 주변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가운데 적막감이 감돌았다.

○…13명의 생존자가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리얼 병원은 경비원들을 동원,가족을 제외한 취재진과 현지 교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

탑승자 가족들은 병원 응급실 입구로 몰려들어 생존자 확인에 애태웠으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한 뒤 가족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알려주기도.

자원봉사자 김경선씨(30)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했으나 심한 화상을 입은 중상자의 경우 이름확인이 어려워 유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고 전언.

한인회 일부 회원들은 괌정부가 운영하는 국제전화국의 도움을 받아 메모리얼병원과 미 해군병원에 입원중인 생존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생존자들이 고국의 가족과 직접 전화할 수 있도록 지원.또 대책본부옆에 ‘유족상담실’을 개설해 사체발굴 및 생존여부 확인 등을 돕기도.

○…메모리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의사 윤문길 박사는 “우리 병원에는 한국인 12명과 11살난 일본 여학생 등 13명이 입원해 있으며 전신에 80%가량 화상을 입은 환자 1명 외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

윤 박사는 또 “환자들의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지 못해 피가 모자랄 것으로 판단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수술을 마칠 때까지 피가 부족하지 않다”면서 의식이 있는 환자들은 애타게 가족들을 찾고 있다고 소개.

그는 괌에는 화상센터가 없기 때문에 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중환자 1명과 해군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환자 2명 등 3명은 빨리 후송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

○…경상자 17명이 입원한 해군병원은 메모리얼 병원과는 달리 다소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

한 경비원은 병원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들에게 퍼시픽스타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라며 택시에서 내리는 것조차 불허.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퍼시픽스타호텔에는 이번 사고로 사망한 교민 김창호씨(48)의 아들과 딸이 나와 “비행기 좌석이 없어 스탠바이하다가 겨우 자리를 얻었다고 했는데…”라며 어머니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괌=특별취재반>
1997-08-07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