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촌지장부/하성란 소설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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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7-17 00:00
입력 1997-07-17 00:00
오래 전 미장원에서 낡은 잡지를 뒤적이다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일본의 모델에 관한 신상명세서였는데 그녀의 전직은 바로 학교 선생이었다.그녀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간단하게도 편애였다.자신의 성격 때문에 고민하다가 안정된 작장을 포기한 그녀의 이력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한 교사의 장롱속에서 촌지 장부가 발견되었다.값비싼 선물을 받은 아이에게 어쩔수 없이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그 장부는 이를테면 편애 장부이다.장부의 숫자에 따라 사랑을 주는 양도 가감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눈앞에 발현한 신과도 같다.세월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들은 선생님이 화장실에 간다는 사실에 놀란다.더 이상의 추한 모습으로 스승의 신성에 먹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자신에게 교사의 자질이 없다면 미련없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것이 마지막 용기다.
꿈이여,다시 괴롭히지 말길.난 이제 학생이 아니다.
1997-07-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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