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자동화시스템 성명기 사장(빌게이츠 꿈꾸는 한국의 도전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7-06-20 00:00
입력 1997-06-20 00:00
◎외제장악 원격제어시장 탈환 선봉/4년 위암투병 공백딛고 새시스템 개발/대형프로젝트 잇단 수주… 해외시장 도전

대부분 후미진 곳에 있는 도시가스 정압실엔 가스 누출센서 및 압력·온도 계측장비 등이 설치돼 있다.수시로 변하는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타고 가스회사 본사 상황실에 있는 컴퓨터와 이에 연결된 대형 상황판에 나타난다.이상이 생긴 곳은 가스관 밸브가 자동차단되고 상황판엔 즉시 빨간 불빛이 나타난다.상황실에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문제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비요원차량을 보내 수리케 한다.원격자동제어시스템으로 가능한 작업이다.

(주)여의자동화시스템(02­469­1203)의 성명기 사장(43)은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자동제어시스템 개발에 14년째 몰두하고 있다.그동안 공장자동화시스템(FA)을 비롯해 폐수정화처리,수질분석,지하철 신호감시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단위의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국내에선 일급 기술력을 갖춘 회사를 만들었다.

원격자동제어분야는 시스템 장비구입에 들어가는돈이 만만치 않고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응용프로그램 하나 잘 만들면 떼돈을 버는 PC소프트웨어 분야보다 「벤처적 성격」이 떨어지는 셈.「벤처 붐」이 일어도 이 분야에선 그리 활발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성사장이 원격자동제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연세대 전자공학과)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던 한 방산업체 연구소에서였다.컴퓨터로 함포를 쏘는 원격제어기술을 공장 자동화에 접목하면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창업 무렵인 84년엔 IBM사 16비트급 PC가 나와 영세기업도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처음엔 공장자동화의 일부분인 불량품 검사 소프트웨어와 보드를 개발,짭잘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86년 날벼락같은 위암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가면서 남보다 앞선 출발로 이룬 작은 성공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동생이 회사를 맡아 운영했지만 명맥유지에 불과했다.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아 현업에 복귀한 90년은 시장상황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원격자동제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고조돼 있었고 외국산이 시장의 한가운데를,국산 모방품이 귀퉁이를 차지한 꼴이었다.

그는 대규모 사업장에 들어갈 중량급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아야겠다고 판단했다.몇몇 공장,빌딩에 전력감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90년 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뒤 해마다 40%를 웃도는 꾸준하면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나갔다.

여의의 실력이 업계의 인정을 받으면서 동국합섬 제사기 관리시스템,노원 열병합발전소 열량 계측 시스템,동양 엘리베이터 원방감시시스템 등 굵직한 아이템 수주도 잇따랐다.지난해 매출액 33억원에 이어 올해 목표는 50억원.현재 환경부 발주 4대강 수질분석 시스템,지하철 3·4호선 신호감시 및 제어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개발도상국을 타깃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노력도 병행하고 있다.태국,베트남 업체의 입찰에 참여했으며 인도네시아 한 대형 식품제조업체의 화재감시 제어시스템을 수주하는 실적도 올렸다.



성사장은 『외국업체와의 싸움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저렴한 인건비와 꾸준한 기술개발로 가격대비 성능이 외국산보다 앞선다는 생각이다.또 자동제어시스템에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사후관리에 국내업체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이다.

그도 여느 벤처업체 사장들과 다름없이 국내업체들의 국산품 불신에 이의를 단다.국산과 외산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비교,분석하는 낙찰과정이 아쉽다는 얘기다.『국산이라고 무조건 사서 쓰랄 수는 없겠죠.단지 정당하게 평가해 달라는 겁니다』 기술이 전부인 벤처기업인의 호소다.<김환용 기자>
1997-06-20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