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체험(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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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6-10 00:00
입력 1997-06-10 00:00
「귀신잡는 해병」이란 말도 그런 지독한 일면에서 비롯된다.6·25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앞선 통영상륙작전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돌파하려던 적 1개대대를 장쾌하게 섬멸,그때 AP통신 종군기자가 「귀신잡는 해병(They might capture even Devil)」이란 타이틀로 기사를 쓴것이 우리 해병의 대명사처럼 돼버렸다.
이후 6·25실전경험을 바탕으로 월남에 파견되어 청룡부대의 베트콩소탕작전으로 해병대의 혼과 신화를 다시 한번 창조했다.지금도 「사나이중의 사나이」,용맹성과 투지,단결심과 희생정신으로 쉽게 포기하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는 사람은 「해병대 출신」으로 인식되어 있을 정도다.
해병대의 투지를 언제부턴가 각 기업체가 사원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차용하게 되었다.최근에도 장기화되고있는 불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사원들을 강인한 해병대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정신 재무장」 지옥훈련을 감행하여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해병대가 이번엔 「강인한 신세대 및 사회인을 만들기」위한 극기훈련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나섰다.오는 30일부터 4박5일씩 9차례에 걸쳐 사병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강도높은 지옥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높이 11미터에서 뛰어내리는 「막타워훈련」에서 통나무를 머리좌우로 넘기는 「목봉훈련」,상륙용 고무보트 노젓는 법과 산악행군 등 모든것이 사나이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강훈련으로 되어있다.그동안 과소비풍조니 퇴폐·사치관광,과잉과외비 등 부당하고 어수선한 세태가 만연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 진부해지고 나태해지고 세속에 마비된 것이나 아닌지.「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의리의 세계에서 「가족적 단결심」과 「강인한 인내심」을 배우고 자신의 정신을 재무장하여 이 어지러운 시기를 극복하는한 지혜를 체득해 볼만할 것 같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06-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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