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 적자 유혈폭력 동원/한총련 시위 왜 과격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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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6-03 00:00
입력 1997-06-03 00:00
◎지도부 위기감… 새 학생단체 결성 저지 의도도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폭력시위 과정에서 진압 전경 한 명이 또다시 숨졌다.지난해 8월 「연세대 사태」때 김종희 상경이 순직한지 10여개월만에 발생한 비슷한 상황의 「비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가 이처럼 격화된 것은 한총련 지도부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학생들의 지나친 친북과격노선에 여론이 등을 돌리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다시 무모한 폭력을 동원하는 극약처방을 썼다는 것이다.

한총련 지도부는 올들어 일반 여론은 물론 학생들까지 대규모로 등을 돌리자 세력 만회에 고심해 왔다.종전까지는 3만∼5만명선에 이르던 한총련 출범식의 참가 학생수가 1만2천여명선으로 급격히 감소한 사실도 한총련에 대한 대다수 학생들의 반감과 불신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연세대·경남대 등 22개 대학,17개 전문대 등 39개 대학이 올초 한총련 탈퇴 또는 회비납부 거부를 선언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이화여대가 『한총련 지도부가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범식 불참을 선언했었다.

때문에 한총련 지도부는 출범식 장소를 전국 대학생의 40%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로 택했으나 오히려 지방개최 때보다 참가학생 수가 격감,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여기에다 「연세대 사태」 이후 위축됐다가 올초 노동법 무효화투쟁과 한보사건 등에 따른 사회혼란에 편승해 한총련 「재집권」에 성공한 NL(민족해방)계열내 「자주파」가 어렵게 장악한 지도력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9일 연세대 등 한총련을 탈퇴한 28개대 총학생회장들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총학생회 모임」을 결성하는 등 새로운 학생운동 단체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도 한몫했을 것이라는게 경찰의 분석이다.

한총련은 그동안 내세운 구호에서도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김종희상경이 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했던 연세대 사태를 「한국 민중항쟁사 및 통일혈사에 영원히 빛날 불멸의 위훈」이라고 추켜세웠고 지난 3월 조선대생 유재을군의 심장마비사를 계기로 「열사의 피값을 천배,백배로 받아내자」고 선동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총련 지도부는 이번 유지웅상경의 죽음으로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선풍과 함께 국민여론의 배척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할 처지에 놓였다.대학가 운동권 세력 내부에서도 소수파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존폐의 위기마저 맞을 것으로 보인다.<김태균 기자>
1997-06-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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