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확대 해결책 못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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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5-11 00:00
입력 1997-05-11 00:00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으므로 통화공급을 확대하고 신용대출을 늘리라고 정부에 건의하면서 통화논쟁이 재연되고 있다.경제개발계획이 착수된 지난 30여년동안 재계는 경기가 침체되면 통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라는 주장을 펴왔다.

전경련이 이번에는 경기침체와 한보사태에 따른 자금사정악화를 이유로 통화공급을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에대해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통화공급을 목표치까지 초과하여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경련의 통화공급 확대주장은 재계의 자금경색보다는 금리인하를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현재 극심한 자금난을 격고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이며 대기업은 자금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른바 재계가 통화논쟁을 벌이고 있는 목적은 금리를 인하시켜 금융비용부담을 줄이자는데 있는 것 같다.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길은 두가지가 있다.하나는 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부터 차입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하나는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그러나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기업이 과다하게 돈을 차입하지 않으면 금리는 자동적으로 내려 갈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금융비용은 5.6%로 일본의 1.6%,대만의 1.7%보다 3배이상 많다.타인자본의존도가 높아 금융비용부담이 높을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기업이 자기자본보다는 빚으로 경영을 하려는 이른바 차입경영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까닭에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통화를 늘려 금리를 인하하라는 것은 인플레가 발생하더라도 돈을 더 풀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플레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금리를 내릴수 있은 최선의 방안은 대기업이 차입경영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재계는 불필요한 논쟁을 지양하고 재무구조개선에 힘쓰기 바란다.
1997-05-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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