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쓰린 「아메리칸 드림」/LA폭동 5주년… 오늘의 한인사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7-04-29 00:00
입력 1997-04-29 00:00
◎융자금 못갚아 가옥압류 등 후유증

29일로 로스엔젤리스(LA)에서 폭동이 일어난지 만 5주년이 됐다.고속도로에서 과속운전을 한 흑인 로드니 킹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드려팬 백인경찰관들이 재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은데 분노한 흑인들에 의해 일어났던 이 폭동은 흑백 사이의 빈부격차와 인종갈등 등 숱한 미국내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던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은 흑백갈등의 불똥이 엉뚱하게 한인사회로 번져 한흑갈등으로 본질이 변질되면서 LA에서는 한인들을 비롯,모두 5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천300명 이상이 다쳤는가 하면 1천100여채의 건물이 손상을 입거나 불에 타 없어졌다.상가를 운영하던 한인들은 집과 상가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까지 잃는 씻을수 없는 회한을 남겼으나,재기에 성공한 15%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상당수가 환멸을 느끼고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등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 사건 이후 재기의 발버둥을 쳤으나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융자받은 재기자금을 갚지 못해 다시집을 압류당하거나,업종변환에 따른 경험부족 등으로 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많은 등 상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5년이 지났건만 폭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흑백간의 갈등이나 빈곤,경제적 격차 등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폭동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것.흑인들은 아직도 거리를 해매며 정부보조금으로 그날그날을 살며,먹을 것을 구하려는 히스페닉 걸인들은 고급 세단을 타고 가는 백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LA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이 열리는 등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흑백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LA폭동은 언제든지 재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지적이다.더욱이 미국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마저 있어 미국이 자랑해온 「아메리칸 드림」이 퇴색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최철호 기자>
1997-04-29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