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글소설(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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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4-29 00:00
입력 1997-04-29 00:00
설화문학은 임금을 위해 거리의 소문을 모아 기록하던 벼슬아치인 패관들에 의한 패관문학으로 이어지고 패관문학은 다시 귀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전기소설로 이어진다.한국 최초의 소설로 꼽히는 「금오신화」가 바로 한문으로 쓰여진 전기소설이다.
전기소설에서 한걸음 발전한 것이 영웅소설인데 그동안 최초의 한글소설로 알려진 「홍길동전」은 이 범주에 속한다.
「홍길동전」보다 1백년 앞선 한글소설 「설공찬전」이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조선조 중종때 채수(1449∼1515)가 썼다는 이 소설은 전기소설로 분류된다.설공찬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죽은후 그 혼령이 친척의 몸속으로 들어가 저승이야기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귀신 이야기이면서도 「홍길동전」과 같은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설공찬전」은 당시 정치적 인물들에 대한 염라대왕의 평가를 전하는 형식으로 사회비판을 하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왕명으로 불태워졌던 것으로 전한다.
갈등구조나 짜임새 등 소설적 완성도는 「홍길동전」보다 떨어진다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은 당시의 한계를 넘어서는 획기적인 측면도 보여주어 눈길을 끈다.『이승에서 비록 여편네 몸이었어도 약간이라도 글을 잘하면 저승에서 소임을 맡아 잘 지낸다』며 저승에서는 남존여비가 없음을 전하고 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홍길동전」이나 「설공찬전」이 지닌 앞선 사회의식이 우리 소설문학의 전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임영숙 논설위원>
1997-04-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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